흑해연안 요새 구조물 확대

러시아가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재개 임박에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 점령과 함께 크름반도 대규모 방어선 구축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신속한 무기 공급을 약속했다. 반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전력 공백 우려로 무기 지원에 주춤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정부 행정조직인 ‘크름 자치공화국 우크라이나 대통령대표실’은 22일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크름반도 흑해 연안에 요새 구조물 수를 늘리고 있다”며 “올해 2∼3월 새로 지어진 구조물 길이만 100㎞가 넘는다”고 밝혔다. 이 구조물은 크름반도 행정 중심지인 심페로폴의 미콜라이우카 마을에서 시작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접경지인 크라스노페레콥스크로 이어진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방어선을 새로 구축하면서 자연보호구역과 유적지 등 관광지도 파헤쳤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베르네 마을에 남아 있는 고대 정착지 위에 해안 방어 요새가 세워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러시아 해군이 크름반도 주변 수역에서 잠수함·사보타주(파괴공작) 대응 훈련을 빈번하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돈바스의 절반을 차지하는 도네츠크주에 대한 공격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도네츠크주 차시브야르와 주변 마을을 점령하기 위해 2만∼2만5000명 정도의 병력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관련 긴급 수요를 충족하도록 신속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하원을 통과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608억 달러·약 84조 원)은 상원 통과 및 대통령 서명을 앞두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하고 “양국이 양자 안보 협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EU는 우크라이나 방공체계 추가 지원 합의에 실패했다. 독일만 패트리엇 포대 1대를 추가 지원하기로 한 상태다. 나머지 패트리엇 보유 회원국들은 자국 전력 공백을 이유로 지원을 꺼리고 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