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득표율 3% 못얻어
黨재건 구심점 찾기도 안갯속

제22대 국회에서 녹색정의당은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정의당이 원외 정당이 되는 것은 2012년 창당 이후 처음이다. 녹색정의당 내부는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득표율 3%도 넘기지 못했다는 사실(2.14%)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당을 수습하고 재건할 ‘포스트 리더십’이 안갯속에 있다는 점이다. 경기 고양갑에 출마했다가 3위에 그쳐 낙선한 심상정 녹색정의당 원내대표는 11일 기자회견에서 “21대 의원 임기를 마지막으로 25년 동안 숙명으로 여겨온 진보 정치의 소임을 내려놓으려 한다.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가장 큰 우군이었던 노동계·시민사회·농민 등 지지층과의 괴리가 커지면서 기초 체질이 약해져 있던 상황에서 조국혁신당이 등장하자, 녹색정의당은 한순간에 설 곳을 잃었다. 그간 진보층 유권자들은 지역구는 민주당에, 비례대표는 소수 진보정당에 전략적으로 투표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엔 정권심판론을 선명하게 내건 조국혁신당(24.25%)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야권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26.69%)에 비례대표 표가 몰렸다. 앞서 녹색정의당은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위성정당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더불어민주연합에 불참을 선언하고 ‘독자 노선’을 밟은 바 있다.

녹색정의당이 ‘정부 심판론’을 놓고 야권에서 벌인 선명성 경쟁에서 약점을 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제21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하면서 그간 ‘스윙보터’ 역할을 해왔던 정의당이 활동할 수 있는 행동반경도 극히 제한됐다. 녹색정의당 관계자는 “진보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민주당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는데, 진보 유권자들에겐 이 같은 모습이 비판적으로 다가간 것 같다”고 말했다.

4월 30일까지로 연합이 예정됐던 녹색당을 분리한 뒤, 정의당 내부의 혼선을 수습하고 재건할 구심점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