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유급, 4말 5초가 마지노선
재개해도 불참땐 ‘유급’ 현실화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각 대학이 학생들의 ‘유급 사태’를 막기 위해 수업을 속속 재개하고 있다. 법으로 정해진 최소 수업 일수를 채우기 위해선 일단 강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북대 의대는 이날부터 수업을 다시 시작하되 수업에 참가하지 않는 학생을 고려해 비대면 수업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선후배와 동기들의 눈치, 또는 보복을 우려해 강의실로 돌아가기를 망설이는 학생들을 위한 궁여지책인 셈이다. 경북대 의대도 이날 수업을 재개한다. 학생들이 학업과 진로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수 있는 점을 고려해 학장단과 각 학년 담임교수를 중심으로 학습상담센터를 운영한다. 가톨릭대 의대와 가톨릭관동대 의대는 오는 15일, 중앙대 의대는 다음 달 1일을 수업 재개일로 정했다. 고려대 의대는 아직 수업 재개 일정을 정하지 못했지만, 학년별로 온라인 강의는 열어둔 상태다.

의대들이 수업을 재개한 것은 ‘휴강 마지노선’인 4월 중순이 지나면 1학기 학사일정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학교 수업일수를 ‘매 학년도 30주 이상’으로 정하고 있어 통상 학기당 15주 이상의 수업시수를 확보해야 한다. 의대 수업·실습 특성상 5월로 넘어가면 야간·주말 수업을 총동원하더라도 15주를 채우기 힘들다. 아직 관망하고 있는 의대 사이에서도 “4말 5초가 한계”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업이 재개되더라도 의대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유급이 현실화될 수 있다. 대부분 의대는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주는데,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된다. 휴학계 수리를 요구하는 의대생과 동맹휴학을 허가하지 말라는 교육부 사이에서 대학들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대부분 동맹휴학의 형태여서 대학들은 교육부 방침에 따라왔지만 학사일정 조정만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소현 기자 winn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