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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 ‘히든 챔피언’ - 울산 슬도

곰보섬·시루섬 등 별칭 다양해
돌맛조개가 수백만년 만든 흔적
돌구멍 이용해 이색 ‘동굴샷’도

울산=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

울산 방어진항 끝자락으로 가다 보면 등대를 벗 삼은 작은 바위섬이 하나 있다. 파도가 밀려올 때 바위에서 나는 소리가 거문고와 같다고 해서 ‘슬도(瑟島·사진)’로 이름 붙여진 섬이다. 해발 7m에 3273㎡ 규모의 작은 섬이지만 생긴 모양 때문에 이름도 많다. 바위에 온통 구멍투성이라고 해서 ‘곰보섬’이라고도 하고, 떡을 찌는 시루를 엎어 놓은 것 같다 하여 ‘시루섬’이라고도 부른다.

슬도는 동구 방어진 성끝마을에서 260m가량 이어진 방파제와 연결돼 있다. 바다를 좌우로 가로지르는 이 방파제를 따라 슬도교를 건너면 이 섬의 상징과도 같은 하얀 무인 등대가 먼저 눈앞에 다가온다. 높이 10.8m의 이 무인 등대는 1958년 첫 불을 밝힌 뒤 지금까지 주변 어선과 선박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푸른 바다, 청명한 하늘과 어우러져 슬도를 한 폭의 풍경화로 만들어준다.

이 등대 아래에 자리한 슬도는 구멍 뚫린 바위로 구성돼 있다. 이 구멍은 석공 조개로 불리는 돌맛조개가 수백만 년에 걸쳐 만들어낸 흔적이다. 지질학자들은 물속에서 돌맛조개에 의해 구멍이 뚫린 바위가 오랜 시간에 걸쳐 솟구쳐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슬도의 거문고 소리도 파도와 바람이 이 바위의 구멍을 드나들며 내는 소리에서 유래됐다.

섬 곳곳에는 표면이 울퉁불퉁해 이동이 쉽지 않지만, 입구에서 왼쪽 끝으로 가다 보면 이른바 ‘동굴샷’을 찍을 수 있는 이색 사진 명소가 있다. 실제 동굴이 아닌,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형성된 작은 돌 구멍 안에 휴대전화를 넣어 사진을 찍는 곳이다. 등대 쪽의 인물들이 마치 동굴 안에 있는 듯 착시효과를 줘 젊은 층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섬을 둘러보고 방파제를 따라 나오다 보면 바닷속으로 들어가 물질을 하는 해녀를 직접 만나볼 수도 있다. 운이 좋으면 갓 물질을 하고 나온 해녀들로부터 직접 채취한 미역 등 해산물을 현장에서 살 수도 있다. 슬도 입구에 위치한 성끝마을도 둘러볼 만하다. 마을 내부에는 알록달록한 벽화 골목이 200ｍ 남짓 조성돼 있어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