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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안다는 것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이경식 옮김│웅진 지식하우스

타인 제대로 알아볼 수 있어야
결혼·이직 등 중요한 결정 수월

모든 대화에 ‘호기심’ 가지고
상처 각오하고 부대끼길 권유

관심 정도 따라 이해 깊이 달라
관계의 기쁨 만끽할 방법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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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잘 알아야 한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그렇게 ‘나’를 위해 살아야 하는 시대다. 서점가엔 온갖 ‘기술’을 설파하는 책들이 넘친다. 나를 위해 타인과의 관계를 잘 끊어내는 요령, 나를 위해 조직 안에서 조용히, 최소한만 일하는 방법…. 나는 소중하고 유일하기에, 그것은 별다른 논리 없이, 쉽게 정당화된다.

미국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지금은 저명한 자유기고가·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데이비드 브룩스는 그런 ‘나’로는 진짜 나를 알기 어렵고, 인생의 진정한 기쁨과 목적도 탐색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당연하게도, 우리 누구도 자기 자신만으로는 존재할 수 없다. 브룩스에 따르면, 나를 아는 행위란 타인과의 작용-반작용 결과이고, 그 크기는 다른 사람에 대한 내 관심의 정도, 이해의 깊이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을 어떻게 알 수 있나. 누군가를 진정 이해하는 단계엔 과연 이를 수 있나.

브룩스가 3년 만에 선보인 신작 ‘사람을 안다는 것’은 그 비밀을 품고 있다. 책을 관통하는 “한 사람을 알기 위해 진정으로 노력해 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은 저자의 자문이기도 하다. 그는 본래 속내를 알 수 없고 무심하며, 관계로부터 도망치기 좋아했다. 그러나 스스로 그 틀을 깨고 나와 ‘관계의 가치’를 깨닫는다. 즉, 책은 그 경험과 방법을 소개한다. 브룩스가 인생의 목적과 기쁨을 되찾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 여정에 우리를 동참시킨다. ‘나’를 위해 말이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엘리트 계층의 탄생을 예고(‘보보스’)하고, SNS 시대의 욕망을 분석(‘인간의 품격’)하며 시대 흐름을 예리하게 짚어내던브룩스는 전작 ‘두 번째 산’부터 보다 철학적이고 성찰적인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번 책은 인간성과 공동체 회복을 설파해 온 그의 세계관이 더욱 확장된 결과물이다. 언뜻 고차원적으로 들리지만, 지극히 실용적이다. 책은 왜 우리가 사람과 나를 알아야 하는지 설득하면서, 동시에 관계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어야 결혼이나 이직 등 인생에서 중요하고 큰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또 책은 이 경험 자체가 아주 강렬한 정신적 기쁨이라고 강조한다.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사랑받는다는 느낌 바로 그것.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 비친 ‘나’를 경험할 때 자신의 아름다움과 힘, 잠재력을 깨우칠 수 있다. 브룩스의 주장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사람을 안다는 것이 개인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관계적 위기를 극복할 실마리가 된다는 것이다. 책은 외로움이 전염병처럼 번지지만 우리가 서로 친절하고 관대할 수 있는 기술과 성향을 기르지 못했다며 이것이 ‘문명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책은 “우정을 쌓거나 공동체를 만드는 데에는 사소하고도 구체적인 사회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행동이란, 관계를 망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것, 본인의 취약한 부분을 적절한 시점에 드러내는 것,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정중하게 대화를 끝내는 것, 용서를 구하거나 용서하는 것, 모두가 환대받는다고 느끼는 모임을 만드는 것 등이다. ‘나’는 이런 ‘작은 문제’를 잘 처리하는가. 그렇다면, 사람을 좀 안다고 자부해도 좋다.

사람을 잘 아는 그 필수 조건은 마음을 여는 일.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저자는 관계, 공동체, 우정, 연대와 같은 추상적인 단어들을 ‘실질적 행위’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어느 날 문득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갈증을 느끼고, 나름의 ‘사회적 기술’을 터득한다. 사실, 소위 ‘성공한’ 수많은 위인들은 이러한 현현의 순간을 축적하며, 그 기술을 잘 연마한 사람들이다.

저자의 기술은 누군가(우리 대부분이다)에겐 무척 어려울 수도 있다. 예컨대 이런 것. 상처를 각오하고 애써 사람들과 부대껴 본다. 사람을 ‘창조적’으로 관찰해 본다. 사람의 말을 음악처럼 집중해 듣고, 누군가를 그림을 보듯 관찰한다. 즉, 그것은 수용성과 상상력이라는 만만치 않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이다. 덧붙여, 저자는 모든 대화에 ‘호기심’을 갖는 습관을 기르라고 조언한다. 그래야, 하기 싫고 어려운 대화에도 직면하는 용기가 생긴다는 것. 그리고 비로소, 우리는 ‘안다’. 이것이 얼마나 풍요롭고 신비로운 삶을 안겨다 주는지, 사람을 ‘끊어내는’ 소화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기쁨과 황홀함이 있는지. 거기서 공감, 환대, 교감, 연결 등이 파생한다.

브룩스가 한 번도 입 밖에 꺼내지 않았으나, 그의 모든 말과 생각, 행동이 향하는 지점을 우린 어렴풋이 감지한다. ‘사람을 안다는 것’이 추동하고, 다시 그것의 결과이며, 때로 그 자체, 바로 ‘사랑’이다. 브룩스가 말한 ‘도덕적 행위’란 그것이고, 이것이야말로 21세기에 가장 절실한 ‘사회적 기술’이다. 396쪽, 2만 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