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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전부터 수도이전 거론…‘행정수도 세종’ 실현되려면 개헌해야

조재연 기자
조재연 기자
  • 입력 2024-04-03 09:01
  • 수정 2024-04-0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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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021년 9월 29일 세종시에 국회의사당 분원을 설치하는 내용의 국회법이 통과하자 예정부지에 이를 축하하는 대형 애드벌룬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



■ What - ‘국회 이전’ 이어 ‘수도 이전론’

참여정부때 충청권 이전 본격화
헌재 “관습헌법 수도=서울” 제동
이전 대신 ‘행정도시 세종’ 조성

70년대엔 ‘한강이북 인구과밀’
이후로는 ‘국가 균형발전 촉진’
‘지역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추진

국회 세종의사당 2031년 준공
완전 이전하려면 최소 4조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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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국회의 세종 이전은 행정 비효율의 해소, 국가균형발전 촉진,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고 세종시를 미국의 워싱턴DC처럼 진정한 정치 행정의 수도로 완성하게 될 것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국회 세종시 이전 공약이다. 대통령실은 국회 세종의사당 개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며 대통령 제2집무실 세종시 설치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화답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국회의 세종시 완전 이전이 성사될 경우, 1970년대부터 추진됐던 행정수도 이전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등 수도권의 인구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한 행정도시 건설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역대 정부마다 추진됐다. 그러나 정부 부처 대부분이 세종시로 내려간 지금까지도 수도 이전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관습헌법’상 서울이 수도라는 2004년 헌법재판소 결정의 벽이 높은 데다, 인구 분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정치·행정 수도와 경제·문화 수도를 분리하려는 시도가 자칫 국가경쟁력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과연 한 위원장이 약속한 ‘진정한 정치 행정의 수도’는 이번엔 완성될 수 있을까.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부터 현재까지 수도 이전론의 역사를 되짚어봤다.

◇임시행정수도 구상, 대통령 피살로 무산=수도 이전 논의는 1970년대 후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백지계획’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1971년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행정수도 대전 이전을 공약으로 내건 적이 있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내가 집권하면 대전을 행정부 수도로 만들어 1단계로 정부 각부의 외청을 옮기고 2단계로 행정부의 일부를 순차적으로 이전시키겠다”고 밝혔다. 한강 이북에 600만∼700만 명의 인구가 밀집해 유사시 위험하다는 주장이었다.박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 계획을 처음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1977년 2월 서울시 연두순시에서였다. 박 전 대통령은 “수도의 인구 집중 억제는 여러 가지 다른 정책도 수립해서 강력히 밀어야 되겠지만, 결국은 우리가 통일될 때까지 임시행정수도를 만들어 어디 다른 데로 옮겨야 되겠다는 것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하나의 구상”이라고 말했다. 당시는 경제 고도성장에 따라 수도권에 인구가 밀집하며 주거·교통·환경 문제가 대두한 상황이었다. 군사분계선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인구와 행정기능이 집중돼 안보상 취약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같은 해 3월 ‘행정수도 건설의 방법은 먼저 백지(白紙)계획부터 수립한다’는 지시가 하달됐다. 어디에, 어떻게, 언제까지 건설하겠다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아 백지계획이란 이름이 붙었다.

충남 천원군, 연기군, 논산군 등이 입지 후보로 검토된 끝에 공주군 장기면 일대가 1979년 5월 임시행정수도 후보지로 선정됐다. 그러나 우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도 이전이 될 수도 있었던 백지계획은 같은 해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이 예상치 못하게 서거하면서 함께 좌절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1년 임시행정수도 건설 계획을 백지화했다. 노태우 정부에서는 청 단위 중앙 행정기관의 대전 이전을 추진, 1993년 둔산신도시에 정부제3종합청사(현 정부대전청사)를 착공해 1997년 완공했다.

◇관습헌법 논리로 헌재에서 위헌 결정=행정수도 이전이 다시 본격화한 것은 참여정부 시절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02년 9월 30일 중앙선거대책본부 출범식에서 “한계에 부딪친 수도권 집중 억제와 낙후된 지역경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 청와대와 중앙부처부터 옮기겠다”고 밝혔다. 대선 승리 후 노 전 대통령은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추진했고, 법안은 2003년 12월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역사적인 행정수도 이전은 헌법재판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04년 10월 헌재가 대한민국 수도는 경국대전 이래로 내려오는 관습헌법에 의해 서울로 규정된다고 결정하면서 법률은 효력을 잃었고, 대신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 추진돼 지금의 세종특별자치시가 됐다. 헌재 결정에 따르자면 관습헌법상 서울로 정해진 수도를 이전하기 위해선 헌법을 개정하거나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형성해야 해, 수도 완전 이전을 추진하더라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세종시에 정부기관을 이전하는 대신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조성하겠다는 수정안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여당 내 유력 정치인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반대하면서 당내 갈등으로 비화한 끝에 결국 무산됐다.

행정수도 이전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논쟁거리였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하면서 수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자고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국회, 분원이 아니라 완전 이전하나=현재 정부세종청사엔 정부부처 대부분이 입주해 있다. 이에 더해 국회의사당 세종 분원이 건립될 예정이다. 2021년 9월 세종시에 국회의사당 분원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22년 4월엔 세종동 일대 63만1000㎡의 부지가 세종의사당 부지로 선정됐다. 본회의장, 국회의장실과 수도권에 잔류한 법무부·외교부·통일부·국방부 등 일부 부처 소관 상임위원회는 서울에 남고, 12개 위원회가 세종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세종의사당은 2031년쯤 준공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청와대를 개방하고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기며 세종에 제2집무실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국회가 분원 설립이 아니라 완전 이전을 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헌재는 신행정수도법 위헌 결정을 내릴 때 ‘국회와 대통령 소재지가 어디인가 하는 것은 수도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 요소’라고 판단했다. 본회의장을 포함한 국회가 세종으로 완전 이전한다면 이는 곧 수도 이전을 의미해 개헌이나 국민투표가 필요할 수 있다. 야당이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구체적 협의 과정에선 이견이 나올 수 있다. 최소 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비용도 걸림돌이다. 다만 국회 완전 이전을 디딤돌로 삼아 향후 대통령실 세종 이전까지 추진될 경우, 박정희 정부의 수도 이전 구상은 반세기를 넘어 우리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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