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근원(왼쪽)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장)이 29일 경기도 부천시 고 오용순 일병의 유가족 자택을 찾아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갖고, 유가족에게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03년 발굴된 8사단 오용순 일병 유해, 21년만에 유전자 검사로 신원 확인
북진 중 부인 보낸 편지에 "얼마 있지 않으면 백두산 태극기 꽂고 통일돼 집으로"


북진 과정에서 부인에게 "백두산에 태극기를 꽂고 통일 후 집으로 돌아오겠다"는 서신을 보낸 6·25 참전용사의 유해가 73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감식단)은 6·25 전쟁 전사자 오용순 일병의 유해를 유족에게 전달했다고 29일 밝혔다.

고인의 유해는 2003년 5월 강원도 횡성군 압곡리 일대에서 발굴됐지만, 신원 확인에는 21년이나 걸렸다.

감식단은 2013년 9월 고인의 남동생인 오백순(당시 75세) 씨를 찾아내 유전자 비교분석을 했지만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후 더 정밀한 유전자 비교분석 기술이 도입됐고, 올해 2월에야 가족관계가 최종 확인됐다.

6·25 전쟁 발발 직후 참전한 고인은 국군 제8사단 소속으로 의성지구 전투와 영천지구 전투, 영원-맹산 전투 등을 거친 후 1951년 2월 중공군의 공세에 맞선 횡성 전투 중 전사했다.

남동생인 오 씨는 "6·25 전쟁 중 북진 과정에서 형님이 형수님 앞으로 보낸 편지에 ‘얼마 있지 않으면 백두산에 태극기를 꽂고 통일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적혀 있었고, 이 소식을 전해 들은 형수님은 나라의 통일과 고인의 귀환을 기대하며 기뻐하셨다"고 증언했다.

고인의 유해를 유족에게 전달하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이날 경기도 부천시 유가족 자택에서 열렸다.

고인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소식에 여동생인 오용이(90) 씨는 "전쟁 발발 다음 해에 받은 마지막 편지 이후로 소식이 끊긴 지 73년 만에 오빠의 유해라도 만날 수 있다니 감회가 새롭다"며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국가가 잊지 않고 찾아준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