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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안내 하며 관객 대피 도와

“저쪽으로, 저쪽으로, 모두 저쪽으로 가세요.”

139명이 사망한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현장에서 100명 이상의 시민을 구해낸 중앙아시아 이민자 소년이 러시아에서 영웅으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25일 BBC 등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에서 러시아로 이주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자 2세인 이슬람 할릴로프(15·사진)는 지난 22일 테러가 발생한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외투 보관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할릴로프는 첫 폭음을 듣고 소음 정도로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이후 공포에 빠진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으로 뛰는 모습을 보고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할릴로프는 사람들이 막다른 화장실 쪽으로 몰려가는 것을 보고 반대편 건물로 대피시켰다. 당시 현장 관객들이 찍은 영상을 보면 할릴로프는 “모두 저쪽으로 가세요!”라고 소리치며 사람들을 비상구 밖으로 내보냈다. 할릴로프는 “나도 당장 도망치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공연장 지리를 모를 것 같아 끝까지 안내했다”며 “수백 명이 죽는 것보다 내가 희생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할릴로프는 공연장 건물 내부 구조를 잘 알고 있었고, 비상구를 열 수 있는 건물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사연이 알려지면서 할릴로프는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가 유소년팀에서 선수 생활 중인 러시아 프로축구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는 시즌 무료 티켓과 유니폼을 선물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