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강경한 교수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 전공의 징계 28일로 유예

복지부 “의료계와 대화 추진”
갈등해소 유화적 제스처 보여

전의교협 “2000명 철회부터
0명 증원 요구하는 것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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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면허 정지 행정처분 시한이 당초 26일에서 28일로 유예된 가운데 정부가 의료계와의 대화 협의체를 만드는 데 착수했다. 정부가 면허 정지 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하겠다는 기조로 협상 테이블을 마련한 만큼 의료계가 이를 수용할지 여부에 대화 성패가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은 25일 정부의 대화 제스처에도 ‘의대 증원 및 배정 철회’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며 이날부터 집단 사직서 제출을 강행하고 있어 환자와 국민을 의식하기보다는 일방적인 자신들의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와의 대화를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하면서 이탈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유연한 처리 방안을 당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빠른 시간 내 정부와 의료계가 마주 앉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의료계를 정책의 동반자로 생각하고 의견을 경청해 정책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며 “의료계와의 갈등 상황을 조속히 종결하기 위해 대화와 설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원칙대로라면 오는 26일부터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이 가능하다. 면허정지 사전 통보를 받은 전공의들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기한이 25일이기 때문이다. 26일부터 정부가 바로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는데 대상자는 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면허정지 처분 시기와 방법, 수위 등을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의료계는 증원 백지화 없이는 대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39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대화에 앞서 의대 증원을 먼저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전의교협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입학 정원과 정원 배정 철회가 없는 한 이 위기는 해결될 수 없으며, 정부의 철회 의사가 있다면 국민들 앞에서 모든 현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이날 적절한 증원 숫자에 대해 “숫자를 정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면서 “의대 교육 여건이나 의사 수 추계가 어느 정도 증명되는 상황에서 숫자가 발표되는 게 합당한 절차이며, 그래서 증원에 대한 백지화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백지화가 ‘0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학적 사실과 정확한 추계, 현재 교육 및 수련 여건에 기반한 결과가 나오면 누구나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조만간 구성될 의료계와 대화 협의체에서 의대 증원 규모나 배정에 유연성을 발휘하지 않을 경우 어렵게 만든 의정 대화 국면은 빠르게 강 대 강 대치 국면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장관은 이날 “27년 만에 이뤄진 의대 정원 확대를 기반으로 의료개혁 과제를 반드시 완수하겠다”며 “끝까지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세운 것이다.

26일 차기 회장이 선출되는 대한의사협회(의협)도 대정부 투쟁을 주장하는 강경파가 결선에 진출해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권도경·전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