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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거북선’ 성공할까?… 세계 최초 신기술 도전하는 한국형 이지스함

정충신 선임 기자
정충신 선임 기자
  • 입력 2024-03-24 00:29
  • 수정 2024-03-2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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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세계 최초로 ‘바다의 발전소’로 불리는 25MW급 대용량·고출력 추진전동기를 탑재하게 될 한국형 차기 이지스구축함(KDDX)이 항해하는 모습. HD현대중공업 제공



KDDX 사업자 선정, 기술력보다 보안 감점 페널티가 승패 좌우
HD현대중 이지스함 건조 능력 미 해군도 인정…정조대왕함은 미국 이지스함에 필적
KDDX, 세계 최초 25MW급 대용량·고출력 추진전동기 탑재, K-방산 연구물 결합체 리스크 많아
한화오션, HD현대중 보안감점 1.8 페널티로 경쟁입찰 시 절대 적 유리


방위사업청이 ‘한국형 차기 이지스구축함(KDDX)’ 사업 관련 방산물자 지정을 이르면 다음주 정식 통보하게 되면 선도함(1번함) 상세설계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이지스함을 만들어본 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간에 6척의 수주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지스’(Aegis)는 그리스 신화 속 제우스가 딸 아테나에게 준 ‘신의 방패’다. 이지스함은 다기능 위상배열 ‘스파이(SPY)-1D’ 등 고성능 레이더와 SM-2·3 등 중장거리 대공미사일을 이용해 목표 탐색부터 추적, 공격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통합형 이지스 전투체계(Aesis Combat System)을 탑재한 구축함이다. 2007년 5월 25일 KDX(광개토)-Ⅲ 사업을 통해 울산 HD현대중공업 6번 독(dock·선박건조시설)에서 해군의 첫 이지스함 세종대왕함 진수식이 열린 이래 2010년 9월1일 율곡이이함, 2012년 9월1일 서애류성룡함이 취업해 해군력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김동관(앞줄 오른쪽)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2023년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MADEX(국제해양방위산업전)’ 당시 한화오션 부스를 방문해 특수선사업부장 이용욱(앞줄 왼쪽) 부사장으로부터 KDDX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KDX(광개토)-Ⅲ 배치-Ⅱ 사업 선도함 정조대왕함 진수식이 2022년 7월 28일 윤석열 대통령 참석 하에 열려 올해 말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2번함 건조도 이미 착수했다.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이 전투체계를 포함한 주요 무장·센서를 외국 기술에 의존한 데 비해 7조8000억원을 투입, 2030년부터 2036년까지 6척을 건조하는 KDDX 사업은 순수 국내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하는 첫 이지스급 구축함이다.

현재 이지스함 보유국은 6개국에 불과하다. 우리는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로 이지스함 자체 건조가 가능한 국가로 올라서고, 향후 방산수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KDDX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중차대한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2020년부터 2023년 말까지 3년간 진행한 KDDX 기본설계가 지난해 말 ‘잠정 전투용적합판정’을 받았다. HD현대중공업은 이지스함 관련 KDX-Ⅲ 배치-Ⅰ·Ⅱ기본설계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했다. 지난해 4월 ‘미니 이지스급’으로 평가받는 울산급 배치-Ⅲ 선도함(충남함) 건조에 성공하면서 ‘이지스급 전투함’ 개발에서 전세계적으로 독보적 위치에 서게 됐다고 자평한다.이에비해 대우조선해양은 KDX-Ⅲ 배치-Ⅰ 2번함 율곡이이함 양산 단계에서 단 한번 ‘생산설계’ 건조를 한 적이 있지만 개념설계 단계에서 참여하는 등 KDDX사업을 해낼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KDDX 사업은 ‘한국형’으로 명명된 국책사업이다. ‘함정 기술 발전 추세를 고려해 최신기술을 적용하고 이지스급 구축함에 적용된 기술을 최대한 반영해 성능 구현에 신뢰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KDDX 사업추진 기본 전략이다.

이것은 KDX-Ⅲ 배치-Ⅱ를 설계한 조선소가 연구개발을 주도해야 한다는 의미와도 통한다. 특히 KDDX 핵심기술은 세계 최초로 적용되는 전기식 통합추진체계를 비롯해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관련 연구기관들이 망라된 K-방산 연구물의 결합체다. 그만큼 사업 리스크가 크고 기술력이 중시된다.

KDDX 사업은 순수 업체 주도의 연구개발 분야로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전기식 통합추진체계’다. 세계 최초로 ‘바다의 발전소’로 불리는 25MW급 대용량·고출력 추진전동기를 탑재하기로 결정할 당시부터 고난도 작업의 성공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저속에서 고속으로 신속하고 안전하게 전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본설계업체인 HD현대중공업은 2013년 수상함 최초의 완전전기추진체계를 적용해 성공한 경력을 내세운다. 전기추진식으로 민수에서 최초 개발된 울산태화호(고래관광선) 개발을 주도한 HD현대 그룹의 미래기술연구소가 함께 하고 있어 성공 가능성을 한층 높인 상태이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HD현대 정기선 부회장(앞줄 왼쪽 세번째)이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에게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와 건조 중인 함정을 소개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KDDX 기술적 도전과 관련해 ADD 등 국책 연구기관에서 관급으로 개발하는 연구개발 분야는 6가지 기술 확보가 핵심이다. 6종의 무장 및 센서는 전투체계, 소나체계, 한국형수직발사체계(KVLS-Ⅱ) 등이다. 여기에는 방사청, 해군을 비롯해 19개 기관 및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들 기관 및 업체와 함께 3년간 70여 회의 연동회의 및 기술검토 회의를 통해 통합성능을 구현하고 특수성능 및 운용성능, 그리고 탑재방안 등을 최적화하기 위한 체계통합을 수행하도록 설계된다.

이와함께 미래형 전투함답게 ‘인력절감형’ 개념과 ‘신소재’를 적용하는 것도 KDDX가 넘어야 할 도전적 기술의 하나다. 인력 절감형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전동화·자동화 기술이 접목돼야 하며, ‘탄약이송자동화설비’, ‘스마트 브릿지’, ‘자율운항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HD현대 그룹은 자율운항 솔루션 분야에서 상용화에 성공한 국내 유일의 업체임을 내세운다.

3년 간의 KDDX 기본설계과정에서 상세설계 소요인력은 최소 180명이 투입돼야 하고, 이 기간 중 피크타임에는 280명까지 필요하다는 예측도 나왔다고 한다. 국내에서 수상함 연구개발에 특화된 엔지니어를 180명 이상 동원할 수 있는 조선소는 많지 않다. 180명 규모이면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도 엔지니어의 3분의 2를 투입하는 그야말로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하는 수준이다. 특히 2년 여의 상세설계 기간 중 피크 타임에는 280여 명의 설계 엔지니어들이 동원돼야 하는데 현재 국내 조선소 인력 운영상 그만한 수상함 전문 엔지니어를 동원할 수 있는 업체가 없고 그것도 기본설계를 수행하지 않은 엔지니어들이 2년 안에 상세설계를 완료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HD현대중공업측은 최근 10여 년 동안 울산급 호위함 배치-Ⅲ 선도함(충남함), 이지스구축함 배치-Ⅱ 선도함(정조대왕함)에 이어 KDDX 기본설계까지 수행한 국보급 인재들이 이미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국내 조선소가 보유하고 있는 특수선사업부 엔지니어 인원이 불과 800여 명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타 산업으로의 유출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비춰보면 엔지니어들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는 KDDX 사업 성공의 중요한 변수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이 보유한 국내 유일의 ‘전투체계 통합 및 운영시험 능력팀(ITT· Integrated Test Team)’은 2000년대 초반 미국 해군 및 록히드마틴사로부터 세종대왕함 이지스 전투체계를 도입할 당시 ‘이지스 전투체계를 함정 플랫폼에 통합시키는 연동 및 통합 능력이 필요하다’는 미 해군의 권고에 따라 40여 명의 ITT 조직을 국내 최초로 구성했고 이들은 미 해군의 지원 아래 전투체계 개발 시설 내에서 실시된 이지스 전투체계 통합시험 교육을 이수한 후 세종대왕함 전투체계 인수 시운전에 참여해 전투체계 통합시험을 직접 수행한 경험이 있다. 이지스구축함은 플랫폼의 전기적, 기계적 요구조건 검사는 물론 장비 자체의 기능 시험, 체계 간 연동 시험, 모사 표적과 교전 시나리오를 활용한 시연 시험 등 수십 종에 달하는 엄격한 시험을 수행하게 된다. 이는 KDDX에서도 상당부분 적용돼야 할 분야이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한국형 차기 이지스구축함(KDDX) 개발 관련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국책 연구기관에서 관급으로 개발하는 연구개발 분야는 6가지 기술 확보가 핵심이다. 6종의 무장 및 센서는 전투체계, 소나체계, 한국형수직발사체계(KVLS-Ⅱ) 등이다. 여기에는 방사청, 해군을 비롯해 19개 기관 및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KDDX가 항해하는 모습. HD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중공업은 이지스구축함 배치-Ⅰ 사업 종료 이후 ITT팀 규모를 축소했다가 2010년경 이지스구축함 배치-Ⅱ 선도함(정조대왕함) 사업에 착수하면서 다시 인력을 보강해서 현재 30여 명의 ITT팀원을 운영하고 있고 최근에는 ‘특수선 체계통합부’로 조직을 격상시켰다. ITT는 사업 계약 단계부터 연구개발,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건조, 탑재, 검사, 시험 등 전 과정에 참여해 사업을 지원하는 전투체계 전 분야에 대한 통합 업무 능력을 갖춘 조직이다. 이러한 ITT 능력과 경험은 KDDX 사업의 성공을 이끄는 첩경이자 필수요소이다. 조선소의 건조능력이 비슷하다고 하지만, 조선소별로 특화된 초격차 기술이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HD현대중공업의 이지스구축함 건조 능력은 이미 미 해군도 인정하고 있다. 정조대왕함은 기술 원조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이지스구축함에 필적하다고 평가 받는 반면에 ‘이지스전투체계’ 도입비를 제외한 건조비는 미국의 절반 수준이고 건조 기간은 1년 가까이 짧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이지스구축함’ 건조 역량과 가성비를 동시에 갖추고 있어 이제는 역수출의 기회까지 넘볼 수 있게 됐다.

KDDX 기본설계 착수와 동시에 전투체계, 소나체계 등 탑재용 체계와 장비 개발에 착수했다. 이미 기술력을 입증한 ADD 등 연구기관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탑재 장비를 개발하면서 동시에 함정 선형을 개발하고 체계종합을 진행하는 것은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이다. 여기에다 ‘추진체계’까지 완전 전기추진식을 탑재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운 도전이다. 어느 하나라도 개발이 지연되면 전체적인 체계통합에 영향을 주게 되므로 성공을 자신하기 어렵다.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은 이미 KDDX 사업의 리스크가 어디에 있는지 학습이 끝난 상태이지만, 체계 업체와 함께 개발해 가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사업자가 예정대로 선정돼 2025년부터 상세설계에 착수한다고 해도 2030년까지 전력화를 마치기가 쉽지 않다. 그 때문에 KDDX 사업의 성공 여부는 ‘납기 준수’라는데 이견이 없다.

반면에 한화오션은 사업과정의 도덕성을 강조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만든 KDDX 보고서를 빼냈다가 적발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방사청은 2025년 11월까지 3년여 간 군함 입찰에서 HD현대중공업에 보안감점 1.8점 페널티를 줬다. 한화오션은 KDDX 상세설계 과정에 경쟁입찰 자격만 확보하면 보안감점 이점으로 초도함부터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상세설계 업체 선정은 올 상반기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올 연말 예정된 3조∼4조원대 차기 호위함 6척을 확보하는 배치-Ⅳ 사업에서도 HD현대중공업과의 경쟁입찰 시 보안감점 페널티 이점으로 유리한 입장이다. 경쟁입찰만 성사 되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지난달 27일 KDDX 입찰 제한 여부를 판단하는 별도의 계약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여기서는 HD현대중 회사 임원이 군사기밀 유출에 개입한 것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는다며 KDDX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부정당업체 지정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한화오션이 이에 반발하며,지난 4일 2014년 대우조선해양이 작성한 KDDX 관련 군사기밀 유출 과정에 HD현대중 공업 임원이 개입한 정황을 수사해 달라며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튿날 기자회견까지 열어서는 당위성을 강조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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