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우리는 푸틴에 저항한다” 지난달 수감 중 사망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앞줄 가운데)가 17일 독일 베를린 주재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항의하는 ‘푸틴에 저항하는 정오’ 투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역대 최대 87% 득표율로 당선

사실상 경쟁없던 ‘답정너’ 선거
종료후 “우리 전사들에게 감사”
‘우크라 침공’ 정당성 확보하고
北·中과 밀착외교 등 강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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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답정너’ 대선에서 압승을 거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 이미지 구축과 함께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확보하게 됐다. 이에 푸틴 5기 행정부는 더욱 강경하게 서방과 대립각을 세우며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신냉전으로 규정된 상황에서 러시아의 중국·북한 등과의 반서방 연대 전략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대선 종료 후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에 마련된 자신의 선거운동본부를 찾아 고마움을 전하면서 “러시아는 더 강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투표에 참여한 러시아 국민을 향해서도 “우리는 모두 하나의 팀”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이어 “오늘 특히 우리 전사들에게 감사하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군인들을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권력의 원천은 러시아 국민”이라며 “러시아인의 의지를 외부에서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의 득표율은 87%를 넘어서며 러시아 대선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도 당시 역대 최고인 76.69%의 득표율로 승리한 바 있다. 대선 압승과 함께 투표율도 74.22%를 기록하며 러시아 대통령제 도입 후 첫 대선이었던 1991년(74.6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 배경에는 서방에 맞서 러시아가 강력한 지도자를 중심으로 더 단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대선 압승을 자신의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강력한 지지로 보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행해나갈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가 현재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영구적 포기와 항복 등을 종전 조건으로 내건 기존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에 맞서 반서방 연대 전략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북·중·러 밀착이 대표적이다. 사실상 북한 답방을 수락한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편 이날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올여름 파리올림픽 기간에 휴전하자는 프랑스의 제안에는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만, 전선에서 러시아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지난달 수감 중 사망한 야권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관련 질문에 “이것은 항상 슬픈 일이다”고 했다. 이어 나발니가 사망 직전 수감자 교환으로 석방될 수 있었다는 나발니 측근의 주장이 사실이라며 자신도 동의했었다고 밝혔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