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용진(첫 줄 가운데)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신세계 남산’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신입사원 그룹 입문교육 수료식에 참석한 뒤 신입사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신세계그룹 제공

■ 부회장 18년만에 회장으로 전격 승진

알리 등‘중국 플랫폼 공세’ 속
작년 그룹매출 사상 첫 감소
건설 등 자회사도 실적 악화
그룹측 “강력한 리더십 필요”

정용진(56·사진) 신세계그룹 총괄 부회장이 2006년 부회장이 된 지 18년 만에 회장으로 전격 승진하면서 실적 부진에 빠진 그룹의 위기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신세계그룹 매출이 사상 최초로 감소한 가운데 신세계건설 재무 구조가 악화하는 등 위기가 고조되자, 정 회장이 그룹 전면에 나서며 실적 향상을 주도하는 ‘책임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8일 재계와 신세계그룹 등에 따르면 이번 정 회장 승진 인사는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산업 환경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결정이다.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유통 시장에서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고 있어, 강력한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신세계그룹은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이 앞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필두로 위기 돌파를 위한 드라이브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 승진 인사를 통해 시장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객 만족을 선사하는 ‘1등 기업’으로 다시 한번 퀀텀 점프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정 회장 승진은 최근 신세계그룹에서 고조되는 위기감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룹 주력인 이마트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469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이마트 자회사인 신세계건설이 대규모 적자(1878억 원)를 내며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를 합한 총매출액도 2022년 37조1452억 원에서 지난해 35조8293억 원으로 1조 원 이상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온라인 유통시장을 장악한 쿠팡은 창립 13년 만에 매출액 30조 원을 돌파하며 사실상 국내 유통시장의 새로운 선두 주자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중국 쇼핑 플랫폼들의 공세도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정 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설 기류는 지난해에 이미 감지됐다. 정 회장은 기존 전략실 조직을 경영전략실로 이름을 바꾸고 수장인 경영전략실장도 8년 만에 교체를 단행했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경영전략실을 개편함으로써, 빠른 의사결정을 기반으로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됐다. 지난해 9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전체 CEO의 40%를 물갈이한 데 이어, 11월에는 그룹 경영전략실장을 8년 만에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로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또 여동생인 정유경(52) 신세계그룹 총괄사장은 직위에 변동이 없다. 다만 정 회장 모친인 이명희(81) 신세계그룹 회장은 ‘총괄 회장’을 맡아 총수 지위를 유지한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그룹은 오는 21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이번 총회에선 박주형 신세계 부사장과 허병훈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각각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