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하안송 기자,연합뉴스

전년보다 56.6억달러 증가
수출회복 덕에 전망치 상회

12월 경상흑자 74.1억달러
전월比 2배↑… 8개월째 흑자

대외 교역의 종합 성적표인 경상수지가 8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으로 355억 달러 가까이 흑자를 냈다. 반도체 경기 둔화에 역대 최악의 성적표가 예상됐던 것에 비하면 선방했지만, 최근 10년을 놓고 보면 저조한 실적이다. 수출 경쟁력 약화에 경상흑자 규모가 구조적으로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는 74억1000만 달러 흑자로 8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을 뿐만 아니라, 전월(38억9000만 달러)의 2배 가깝게 늘었다. 월별 경상수지 흑자 폭이 가장 컸던 지난해 10월(74억3000만 달러) 수준이다. 상품수지가 80억4000만 달러 흑자로 3개월 연속 흑자 흐름을 나타낸 영향이 컸다. 수출(590억 달러)은 승용차(19.2%), 반도체(19.1%) 등을 중심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고, 수입(509억7000만 달러)은 에너지 가격 하락 등으로 9.3% 감소했다. 본원소득수지는 24억6000만 달러 흑자를 냈는데, 분기 배당 요인이 사라지면서 한 달 만에 흑자 전환했다. 서비스수지는 여행수지 적자 폭이 늘면서 25억4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는 354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2022년 대비 56억6000만 달러 증가한 데다, 한은이 당초 전망한 연간 흑자 규모(300억 달러)를 뛰어넘는 수치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11∼12월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출이 개선되고, 지정학적 리스크로 불안했던 에너지 수입 가격도 안정되면서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경상수지가 전망치를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기둔화 및 공급망 재편 등으로 저조했던 상품 수출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됨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올해 490억 달러, 2025년 590억 달러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1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2022년(298억3000만 달러)보다는 나아졌지만, 이를 제외한 최근 10년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에는 못 미친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수출 구조가 변하고 있는 것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의 중간재를 수입해 완성품을 수출하는 대신 자급화에 나서고 있어서다. 미국(5.4%)으로의 수출이 늘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다시 당선되면 관세율을 높이겠다고 공언한 상황이어서 올해 대미 수출을 큰 폭으로 늘리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