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행정·가정법원. 뉴시스.

송파구 한강변 땅 원소유주, 시에 손실보상금 청구 소송 제기
서울행정법원 "대홍수로 국유화된 사실 모르고 팔아 원 계약 무효"


50년 전 판 서울 송파구 한강 변 땅이 대홍수로 매각 이전에 이미 국유화됐다는 사실이 법원에서 인정됐다. 이에 따라 원소유주가 서울시로부터 거액의 손실보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강동혁)는 A 씨의 유족 12명이 서울시를 상대로 손실보상금 49억5000여만 원을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사건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작농 A 씨는 해방 후 농지개혁에 따라 1959년 서울시 성동구(현 송파구) 땅 1332평(4403㎡)을 취득했다. A 씨가 1969년 사망해 땅을 상속받은 가족들은, 1973년 당시 가격 35만 원에 매각했고 이후 주인이 몇 차례 바뀌었다.

이 땅은 1974년 잠실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 대상지가 됐고 1982년 토지대장이 폐쇄됐다. 최종 소유자인 B 씨는 2002년 하천편입에 따른 손실보상금 4억2000여만 원을 송파구로부터 받았다. 그런데 A 씨의 유족은 이 땅이 1972년 8월 발생한 대홍수로 하천 편입돼 국가 소유로 바뀐 것을 모르는 상태로 팔아 매매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손실보상금을 받아야 한다"고 행정소송을 냈다.

서울시는 1974년 토지구획정리사업에 따라서 국유화된 것으로, A 씨 가족이 1973년 토지를 매도했을 때 손실보상청구권까지 한꺼번에 양도했으며 B 씨가 이를 행사한 이상 다시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1972년 8월 발생한 대홍수로 해당 토지가 하천구역으로 편입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홍수로 땅이 물에 잠긴 시점에 하천구역으로 편입된다는 취지의 당시 하천법이 그 근거가 됐다.

결정적인 증거는 당시 항공사진이었다. 1966년 항공사진을 보면 해당 토지가 밭으로 사용됐으나, 1972년 11월 사진에는 대부분 물속에 잠겨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1973년 매각 계약은 무효이며 손실보상청구권을 양도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2002년 B 씨에게 손실보상금을 지급했더라도, 진정한 소유자 내지는 승계인인 원고들에게 손실보상금 지급 의무가 사라졌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