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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강기옥 씨 등 3명
복지 사각지대 이웃위해
주민센터와 연계 맹활약

“덕분에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며 활짝 웃으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서울 관악구 성현동에서 활동하는 강기옥 통장은 치매와 우울증을 앓으며 경제적 위기에 몰린 주민을 도운 일화를 소개하며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강 통장은 지난 1월 순찰 중 한 임대아파트에서 각종 고지서가 가득 쌓인 우편함을 발견했다. 그는 즉시 동 주민센터에 연락해 복지 담당 공무원과 해당 가구를 방문해 홀로 사는 박모 씨를 만났다. 강 통장은 밀린 월세와 공과금, 카드빚 등을 자력으로 갚기 어려운 박 씨를 위해 동 주민센터에 성금 지원을 요청했고, 그 덕에 박 씨는 경제적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더불어 동 주민센터와 구청은 밀키트 지원, 복지관 식사, 구 보건소 치매 치료 등을 박 씨에게 제공했다. 차차 건강과 사회관계망을 회복한 박 씨는 강 통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요즘, 통반장의 활약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5명 중 3명이 1인 가구인 관악구에서 집에 찾아와 안부를 묻는 통반장은 ‘또 다른 가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적 복지제도가 분명히 있지만 삶의 현장에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이 부지기수다. 구 관내 통반장 3915명이 “라면 한 박스, 쌀 한 포대가 절실한 이웃들이 참 많다”며 발품을 파는 이유다.

신사동 이인숙 통장은 매일 폐지를 줍는 여성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해당 여성은 치매를 앓는 배우자와 장애가 있는 자식을 부양하고 있었다. 이 통장은 곧바로 해당 가구를 동 주민센터에 연계하고, 복지 안전망으로 끌어안았다. 행운동 윤재선 통장은 동네에서 ‘맥가이버’로 통한다. 집에 문제가 생기면 윤 통장에게 연락하고, 윤 통장은 열 일 제치고 바로 출동해 수리해준다.

이 밖에도 구 통반장들은 재난 발생을 보고하고, 고독사 위기에 처한 가구를 발굴하는 등 지방행정의 모세혈관 역할을 하고 있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통반장이 없으면 자치구 행정은 사실상 운영이 어렵다”며 “이웃에게 관심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통반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