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댄 클랜시 트위치 CEO가 지난 6일 트위치 방송을 통해 내년 2월 27일부로 한국 시장에서의 서비스 종료를 발표하고 있다. 트위치 캡처

월 방문자 9억명·연수익 3.7조
미국 아마존 인터넷방송 중계 플랫폼
“한국, 타국보다 수수료 10배 높아”

업계 “어디보다 비싼건지 안밝혀
국내시장 경쟁력 저하탓일 수도”

“저희는 비용 절감을 통해 한국에서 운영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다른 국가에 비해 10배가 더 높은 한국의 네트워크 수수료로 인해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한국에서의 ‘트위치’ 운영은 2024년 2월 27일 종료될 예정이며, 이후 한국 시청자들은 더 이상 트위치의 유료 상품을 구매할 수 없고 스트리머들은 트위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없습니다.”

미국 아마존닷컴의 인터넷 방송 중계 플랫폼인 트위치가 한국 시장 철수를 공식화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 방송 플랫폼인 트위치의 시장 철수로, 해묵은 논쟁거리인 ‘망 사용료’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트위치가 한국 시장을 떠날 것이라는 예상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트위치는 지난해 7월부터 한국 내 영상 최고 화질을 1080p(픽셀)에서 720p로 하향 조정하고, VOD(다시보기) 서비스도 전면 중단하는 등 비용 절감 정책을 펼쳐 왔다. 이유는 앞서 밝힌 대로 비싼 망 사용료 때문이다.

◇트위치는 어떤 기업?=트위치는 우리나라의 ‘아프리카TV’와 같은 플랫폼이라고 보면 된다. 세계 최대 인터넷 방송 플랫폼으로 지난 2015년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후 2017년 트위치 코리아가 설립됐다. 인터넷 트래픽 정보 사이트인 시밀러웹에 따르면 트위치의 한 달 평균 방문자는 9억 명에 달하고 있다. 연간 거두는 수익만 28억 달러(약 3조7000억 원)에 달한다. 트위치의 전신은 ‘Justin.tv’라는 기업이다. 2007년 개발된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다. 2014년 기업명을 트위치로 바꿨는데, 그해 8월 아마존이 9억7000만 달러에 트위치를 인수했다. 트위치는 아마존에 인수된 지 5년 만에 몸값이 37억9000만 달러로 뛰는 등 높은 인기를 누리며 비디오 게임뿐 아니라 다른 분야로 방송 영역을 넓혀 나갔다.

◇또다시 재연되는 망 사용료 논란=망 사용료는 인터넷 콘텐츠 제공 사업자(CP)가 소비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할 때 발생하는 트래픽에 대해 인터넷망 사업자(ISP)에게 추가로 지급하는 비용이다. 여기서 CP는 넷플릭스나 트위치, 네이버, 구글과 같이 콘텐츠를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들을 말하고, ISP는 SK텔레콤이나 KT, LG유플러스 등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사업자를 뜻한다.

망 사용료가 본격적으로 문제가 됐던 것은 2020년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많은 사람이 재택근무 등 외출을 삼가고 집에 머무르게 됐다. 그러자 인터넷 등을 통한 콘텐츠 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져 ISP 업체들은 폭증하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네트워크 증설 등 막대한 비용을 감당해야만 했다.

SK브로드밴드는 2019년 11월 넷플릭스를 상대로 ‘망이용료를 내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 망이용대가 협상 재정 신청을 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이를 거부했고, 2020년 4월 법원에 채무부존재(지급의무 없음) 소송을 제기하며 법정공방이 시작됐다. 이미 인터넷 가입자들이 이들 ISP에 사용 요금을 내는데 망 사용료를 추가로 내라고 하는 것은 ‘망 중립성’ 위반이라며 넷플릭스 등이 반발한 것이다. 3년여의 분쟁 끝에 이들은 지난 9월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망 사용료 논란이 종지부를 찍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에 트위치가 비싼 망 사용료를 이유로 한국 시장 철수를 선언하면서 잠시 잠잠했던 망 사용료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트위치가 그동안 망 사용료로 얼마를 지급해 왔는지는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대신증권이 지난해 10월 아프리카TV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트위치가 이미 연 500억 원 수준의 망 사용료를 납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 대목으로 추측만 할 뿐이다. 이 보고서는 트랙픽 증가로 트위치가 납부하는 망 사용료가 900억 원까지 치솟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통신 업계에서는 트위치의 철수 이유가 단순히 비싼 망 사용료 문제보다는 트위치의 경쟁력 저하 때문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네트워크 수수료가 다른 나라에 비해 10배 비싸다고 했지만 정작 어느 나라인지는 말하지 않고 있다”며 “치열한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은 아닌지 시장 철수 이유를 성찰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46만의 트위치 고객, 어디로?=월 246만 명에 달하는 트위치 이용자들은 곧 갈 곳이 없어지게 된다. 일단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피난처로 예상된다. 그 가운데 게임 외의 트위치 스트리머(스트리밍을 하는 사람)들은 아프리카TV로 옮겨 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아프리카TV는 월 활성 이용자가 230만 명으로 트위치보다는 적다. 이 때문에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업체들 사이에 이들 트위치 이용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교롭게도, 트위치의 철수와 맞물려 네이버가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할 방침이다. 네이버는 가칭 ‘치지직’이라는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을 출범할 예정이다. 특히, 네이버는 지난 7일 트위치의 요청으로 직접 만나 시장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트위치 스트리머 영입 및 사용자 트래픽을 확보하는 방안 등에 대해 협상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트위치의 트래픽이 네이버의 주된 목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