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달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2차 납품대금제값받기위원회’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 네 번째부터 김남근 공동위원장(법무법인 위민 변호사),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 최전남 공동위원장(한국자동제어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 중기업계‘제도 개선’촉구

現 기준 ‘원재료’ 만 연동대상
에너지 관련 경비 등은 제외

“뿌리기업 중 25~40% 가량이
높아진 전기요금 때문에 허덕
공급원가로 적용기준 확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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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만 해도 한 달에 9000만 원에서 1억 원 수준이었던 전기료가 지금은 1억6000만∼1억7000만 원 수준으로 급등했습니다. 거의 고사 직전인데 마지못해 공장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에요.”

경기 지역에서 주물 공장을 운영하는 김동현 경기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4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주물, 금형, 용접, 열처리 등 중소 뿌리 기업은 납품대금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정작 전기료는 납품대금 연동제 대상에서 제외돼 경영상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김 이사장은 “원래 상품 생산 시 상대적으로 값싼 유연탄을 사용했다가 정부의 탄소 저감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전기로 바꿨는데 부메랑이 돼 부담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며 “뿌리 기업의 경우 전기가 실질적인 주요 원재료인 만큼, 제도 적용기준을 재료비가 아닌 공급원가 기준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4일부터 시행된 납품대금 연동제의 적용 대상 범위가 협소해 ‘제도의 빈틈’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중소기업계에서 집중 제기 되고 있다. 특히 많은 중소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공공조달 시장에도 납품대금 연동제를 적용해 중소기업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풍토 조성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현행 납품대금 연동제는 납품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원재료만을 대상으로 한다. 급격히 인상된 전기료 등 경비와 노무비는 연동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업계에선 ‘전기료 역시 납품대금을 구성하는 주요 항목임에도 회계기준 상 경비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연동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은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많은 뿌리 기업들이 매출액 대비 평균 약 25%에서 많게는 40% 정도까지 전기료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며 “전기료나 가스비 등 에너지 관련 경비도 원가의 10% 이상을 차지할 경우 납품대금 연동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에만 산업용 전기료가 27%가량 폭등했는데, 중소기업의 84%가 인상된 전기료를 납품대금에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며 “일률적인 기준 적용에서 벗어나 업종별 또는 거래 특수성별 제도 적용기준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공공조달 시장에 맞는 납품대금 연동제 도입을 통해 원자재 가격 급등 시 중소기업이 신속하게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중소 제조기업 500개 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공조달 계약금액 제값 받기를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4.5%가 공공조달 가격에 대해 ‘부적정하다’고 답했다. 필요한 개선사항으로는 57.8%가 ‘물가변동 등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활성화’를 꼽았다.

현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4조에 따라 공공조달 시장에서 계약체결일로부터 90일 이후 가격이 3% 이상 증감된 때에는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단가 조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중소기업계는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조달청이 요구하는 원가계산서를 준비하는 데 있어 품목이 많은 업종은 수천만 원의 비용 부담이 발생하고 서류 준비 기간도 수개월이 걸린다”며 “비용과 시간을 들여 서류를 준비해도 단가 조정이 안 되는 사례가 벌어지고, 담당 공무원이 감사 부담 때문에 쉽게 조정을 해줄 수 없다고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소기업 특성상 현금 흐름이나 재고 처리 등 때문에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납품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며 “공공조달 시장에서도 신속하게 가격 조정을 할 수 있도록 납품단가 연동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