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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첩수사 전담 위해 요원 확충

테러·방첩 포함하면 1000명대
안보경찰의 절반이 수사만 전담

탈북민 신변보호 경찰관 축소 등
부서 재배치로 ‘미봉책’ 지적도

경찰이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400명 수준까지 줄어든 간첩 수사 담당 ‘대공 수사관’을 내년 1월부터 700여 명으로 두 배 가까이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연말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이 폐지되고 경찰로 이관됨에 따라 간첩 수사 인력을 늘리는 것이다. 방첩 등 다른 안보 수사 인력도 충원하기로 하면서 전체 안보 수사 인력도 김대중 정부 이후 처음으로 1000명대를 회복할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본청과 18개 시·도청 전체 안보 수사 인력을 현재 700여 명에서 310명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대공 수사를 비롯한 경제안보·테러·방첩·첨단안보 등 수사 인력이 1000명을 넘어서게 된다. 이 중 간첩 수사를 전담하는 대공 수사 인력은 올해 6월 기준 462명에서 700명 이상으로 가장 많이 늘어난다. 나머지 증원 인력은 안보 수사 분야에 분산 배치하기로 했다.

대공 수사 인력을 증원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문 정부 때인 2017년 대공 수사 인력은 576명으로 늘었다가,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폐지하기로 결정한 2020년 451명까지 줄었다. 경찰 내부에선 이 같은 인력으로는 대공 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된 이후 수사력 약화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문 정부 때인 2021년과 2022년 3차례에 걸쳐 대공 수사관 증원을 요청했지만 행정안전부는 승인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야 한 차례(2명) 인력 증원이 있었고, 현재 20여 명을 추가로 늘리는 방안이 행안부에서 승인돼 국회 결정이 남은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문 정부 당시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기로 해놓고 대공 수사 인력을 축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며 “내년부터 간첩 수사를 경찰이 전담하기 때문에 국정원이 보유한 수사 인력만큼 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반 수사 및 대공 수사 경력이 있는 대공 수사관 310명을 선발해 내년 1월 배치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 8월 기준 전체 안보 경찰 2192명 중 절반가량인 1000여 명이 간첩 등 안보 수사만 전담으로 하게 된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노태우·김영삼 정부 때는 안보 수사 인력이 2000명 이상이었다가 김대중 정부 이후 1000명대로 줄었고 문 정부에선 간첩 수사가 사실상 적폐로 몰리면서 더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 인력 증원에 따른 예산 37억8500만 원을 국회에 증액 요구한 상태다.

다만 이는 안보 경찰 내 비(非)수사 부서 인력을 조정해 간첩 수사에 재배치하는 방식이어서 다른 안보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은 수사 인력 확보를 위해 일선 경찰서에 근무하는 탈북민 신변보호 담당 경찰관을 840여 명 규모에서 600여 명으로 줄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들은 탈북민 신변보호와 대공 상황 분석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국 57개 경찰서에서 운영돼온 139명 규모의 안보수사팀을 모두 폐지하고 시·도청으로 수사 기능을 흡수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선 경찰서에서 안보 수사를 하기보다는 시·도청 등에서 광역 수사 체제로 운영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내년에도 대공 수사 인력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