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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전화번호로 메시지 발송
“꼼짝없이 속아 넘어갈 뻔했다”

봄가을엔 결혼식 초대장으로
명절엔 선물배송 등으로 위장
형사과서 스미싱·피싱 통합수사

김정연(43) 씨는 최근 지인의 번호로 ‘아버님께서 별세하셨기에 알려드립니다’라는 문자메시지(사진)를 받고 깜짝 놀라 장례식장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 주소 링크를 클릭했다. 그러자 난데없이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김 씨는 지인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고 자초지종 설명을 듣고 나서야 ‘스미싱’(문자메시지를 활용한 피싱)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김 씨는 “해당 앱의 모든 접근 권한을 거부해서 다행히 피해를 보지 않았다”면서도 “악랄한 스미싱에 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부고’ ‘건강검진’ 등을 악용한 스미싱 문자가 활개를 치고 있다. 실제 지인들의 전화번호로 스미싱 문자가 오면 꼼짝없이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게 피해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스미싱에 당하면 순식간에 연락처 정보는 물론이고 금융 정보까지 뺏긴다. 봄가을엔 결혼식 초대장, 명절엔 선물 배송 등 시기에 따라 내용도 달라진다.

22일 보안 업체 이스트시큐리티 시큐리티대응센터(ESRC)가 정부 유관 기관, 통신사 등으로부터 스미싱 관련 정보를 수집해 지난달 스미싱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건강검진 키워드가 94.19%로 1위를 차지했다. 9월(43.72%)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그 뒤로는 보이스피싱, 택배, 부고가 차지했다.

최근엔 지난 5월부터 약 3달간 스미싱 문자로 5억여 원을 편취한 일당 4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들 역시 문자메시지에 악성코드를 심어 보낸 뒤, 피해자가 이를 설치하면 개인 정보와 금융 정보를 빼가는 수법을 활용했다. 박수미(여·58) 씨는 “문자로 오는 그 어떤 링크도 눌러보기 두렵다”며 “지인이 보낸 인터넷 주소 링크를 클릭하기 전에 정말 지인이 보낸 것이 맞는지 전화로 확인부터 하고 클릭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3년간(2020년 10월~2023년 9월) 민원 빅데이터를 분석해 전화·문자 금융사기 관련 민원이 총 5만5430건 발생했다는 점을 바탕으로 관계 기관에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조직 개편과 더불어 업무 조정을 통해 내년부터 스미싱, 피싱 범죄 대응을 강화할 예정이다. 기존엔 스미싱, 로맨스 스캠 등은 사이버 기능이, 보이스피싱은 수사·형사 기능이 맡아왔는데 이를 형사 기능에 몰겠다는 방침이다. 일선 경찰서에선 형사과, 지방경찰청에선 형사기동대(전 강력범죄수사대)가 맡는 식이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