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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작년 1인당GNI 3만5990달러
G7 최하 伊 3만7700달러 기록
원화 가치 12.89% 떨어진 영향
성장률도 伊에 1%P 넘게 밀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과 선진국 그룹인 주요 7개국(G7)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이탈리아를 앞서며 G7 수준의 소득을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원화 가치 하락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수출 부진 여파에 이를 달성하는 것은 갈수록 요원해지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이 세계은행(WB) 통계 등을 종합한 결과, 한국의 지난해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3만5990달러(약 4872만 원)로 집계됐다. 이탈리아는 3만7700달러로 G7 가운데 가장 적었지만, 우리나라보다는 1710달러 많았다. 이탈리아는 2020년 3만2430달러로 한국(3만3040달러)에 추월을 허용했지만, 다시 한국을 딛고 올라선 뒤 갈수록 격차를 확대해 가고 있다. 이탈리아 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기준)이 코로나19의 충격으로 2020년 한국(-0.7%)을 크게 밑도는 -9%까지 곤두박질쳤다가 회복한 영향이다. 이탈리아와 한국 간의 격차는 2021년 1020달러(이탈리아 3만6130달러·한국 3만5110달러)에서 2022년 1710달러로 벌어졌다. 세계은행은 1인당 GNI 산출 과정에서 ‘아틀라스 산출법’에 따라 직전 3개년 평균 시장 환율을 적용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와 이탈리아의 국민소득 격차가 더 커진 것은 환율과 성장률, 물가 등의 차이 때문이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291.95원으로, 2021년 연평균(1144.42원)과 비교해 달러 기준으로 12.89% 절하(가치 하락)됐다. 이탈리아가 사용하는 유로화도 달러 대비 가치가 떨어진 것은 마찬가지지만, 절하율이 10.97%로 원화보다는 낮았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3.7% 늘어 성장률이 우리나라(2.6%)보다 1%포인트 이상 높았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1.4%·이하 전망치)이 이탈리아(0.8%)를 앞설 것으로 보이지만, 원화 가치가 유로화보다 더 떨어져 소득 격차를 좁히거나 재역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다른 G7 국가들과 한국 간 소득 격차도 6450∼4만380달러로 여전히 큰 상황이다.

지난해 대만에 20년 만에 추월당한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올해 재역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대만 통계청이 올해 상반기에 공개한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3565달러로, 한국(3만2661달러)을 904달러 웃돌았다. 올해의 경우 대만의 경제 성장률(1.61%)은 한국을 앞설 것으로 보이지만, 대만 달러의 올해 평균 절하 폭(5.84%)이 원화(1.57%)보다 커서 우리나라로서는 다소 유리한 상황이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