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8일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접경 지역에 배치된 이스라엘군 자주포 앞에 155㎜ 포탄들이 놓여 있다.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스라엘 “포탄 필요”
스팅어·스마트폭탄도 수요급증
美·유럽, 앞다퉈 방산에 투자

20개월째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이어 중동에서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155㎜ 포탄, 스팅어 대공미사일 등을 비롯한 인기 군수물자 몸값이 치솟고 있다. 생산량보다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미국·유럽 등은 방산 부문 투자에 나섰지만 신규 생산시설 가동까지는 2∼5년이 필요해 당분간 무기 부족 우려가 가라앉기 어려울 전망이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 등의 국방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에 이어 이스라엘까지 전쟁에 돌입하면서 포탄과 기타 무기 공급이 충분치 않으리라고 우려하고 있다. 포병 소모전을 벌이는 우크라이나와 공습·시가전 위주인 이스라엘은 각각 다른 유형의 전쟁을 치르지만 장기화가 불가피해 일부 인기 품목의 경우 수요가 중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 품목은 지상 수십㎞ 내 목표 타격에 사용되는 155㎜ 포탄이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에 집중적으로 요청하는 품목인 동시에 가자지구 지상전이 본격화하면서 이스라엘도 155㎜ 포탄을 원하는 상황이다. 최근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려 했던 155㎜ 포탄 수만 발을 이스라엘로 돌리기도 했다. 가격도 치솟았다. 롭 바우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군사위원장은 155㎜ 포탄에 대해 “현재 세계에서 가장 탐내는 물건 중 하나”라 부르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개당 약 2100달러(약 285만 원)였던 가격이 현재 8400달러로 4배나 올랐다고 밝혔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155㎜ 포탄과 함께 스팅어 대공미사일, 스마트 폭탄 등을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이 경쟁적으로 얻길 원하는 무기로 꼽았다.

두 개의 전쟁으로 무기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유럽 등 서구 진영은 방산 부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 최대 포탄생산업체인 제너럴 다이내믹스는 연간 20만 발 수준인 포탄 생산량을 5배 증가한 100만 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유럽 정치권 역시 방산업체들에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생산을 가속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방산업계는 장기적 수요에 대한 확신 없이 섣불리 생산시설을 늘리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생산시설을 확대해도 가동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