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인파에 떠밀려… 24일 출근시간대인 오전 8시쯤 서울지하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2·4호선 환승 구간에서 승객들이 다닥다닥 붙어 비좁고 비탈진 계단을 오르고 있다.

■ 핼러윈 참사 1년 - (下) 일상화된 ‘재난 위험’

평일 출근시간대 서울 지하철
목표 혼잡도 초과, 평균 68건
4호선 성신여대역은 185.5%
열차 한칸에 300여명 몰린 셈
호흡 곤란에 기절하는 사고도

환승역 승객 쏟아져 아수라장
넘어지면 대형 압사사고 우려

글·사진=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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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매일 압사 위험을 체험하는 게 일상이 됐어요.”

24일 오전 8시 서울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으로 향하는 전동차 안. 앞에 선 승객이 입은 옷의 브랜드명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승객들이 빽빽하게 들어차면서 숨쉬기가 힘들었다. 10월 하순 날씨에도 주변 승객들이 뿜어내는 체온 탓에 머리엔 땀이 맺혔다. 서울교통공사의 앱이 나타내는 열차 상태는 모든 칸에서 ‘혼잡’, 이동이 불가능한 완전 포화 상태였다.

2·4·5호선 환승역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도착하자마자 열차가 승객들을 토해내듯 인파가 쏟아졌다. ‘넘어짐 주의’ 표지판과 “천천히, 천천히”라는 질서 유지 직원의 외침이 무색하게, 시민들은 환승 계단을 뛰어내리듯 움직였다. 승객 하모(33) 씨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태원 참사 후엔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양팔을 앞으로 붙여 숨 쉴 구멍을 확보하고 있는데, 참 사는 게 전쟁이다 싶다”고 말했다.

‘좁은 경사로’에 순식간에 인파가 밀집하면서 압사 사고로 159명이 사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출퇴근 시간 지하철은 기준치 이상 혼잡도로 운행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경사도가 있는 환승 구역은 위험이 특히 커 대체교통수단 등 중장기적 변화를 연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문화일보가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혼잡도 정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평일 출근시간대(오전 7시 30분∼8시 30분) 68건의 열차에서 목표 혼잡도인 120%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혼잡도는 지하철 전동차 한 칸을 기준으로 좌석 54칸, 객실 통로 54명, 출입문 52명을 더한 160명이 차 있으면 100%라고 본다. 혼잡도 최고치인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하행선의 경우 연평균 혼잡도가 185.5%에 달했는데, 300여 명의 승객이 지하철 한 칸에 몰린 셈이다.

‘지옥철’로 악명이 높은 9호선 노량진역 하행선에서도 지난 7월 서울시 조사 결과 혼잡도가 19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엔 김포도시철도 만원 열차 안에서 10대 여고생과 30대 여성이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일도 발생했다.

서울연구원은 ‘서울시 지하철 혼잡비용 산정과 정책 활용’ 보고서에서 “혼잡도가 125%만 돼도 시야가 막히고, 175%인 경우 출입문 주변이 매우 혼잡하고 서로 몸이 밀착돼 팔을 들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엔 1㎡당 6∼7명 정도의 인파가 몰렸는데, 이를 지하철 한 칸에 적용하면 혼잡도 최고치(185.5%)일 때 성신여대입구역은 1㎡당 5∼6명으로 비슷한 밀집도를 보인다. 올해 엔데믹이 선언된 만큼 전체적인 지하철 혼잡도는 더욱 심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콩나물시루’ 열차 안에서 혼잡도도 문제지만 많은 승객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환승 구간도 인파 사고 위험도가 더욱 높다. 보통 환승 구역 경사도는 이태원 참사 골목 경사도(10%)보다 더 심하다. 관계 당국은 출퇴근시간대 열차 증편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물리적으로 배차 간격을 더 좁힐 수 없는 데다 예산 문제도 걸려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하철 등에서 이미 일상화된 인파 밀집은 또 다른 참사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유연출퇴근제·대체교통수단 등 중장기적 대응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