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북한 주민 4명이 24일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 아래로 내려온 가운데 이날 오후 군 당국이 소형 목선(빨간색 원 표시)을 양양군 기사문항으로 예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 당국 “동해 NLL은 400㎞ 넘어 먼 바다 목선 포착 어려워”


남북 간 해상분계선인 동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군 당국의 감시·경계에 또 허점이 드러났다.

24일 새벽 북한 주민 4명이 탑승한 소형 나뭇배(목선)가 NLL을 넘어 속초 앞바다까지 내려왔지만, 민간 어선이 발견해 신고할 때까지 군 당국은 북한 선박을 찾지 못해 경계 실패 논란을 자초했다.

북한 선박은 이날 오전 7시10분쯤 속초 동쪽 약 11㎞ 해상에서 우리측 민간 어선에 의해 발견됐다. 홀로 복어잡이에 나섰던 어민 임재길(60) 씨가 낯선 배를 발견해 신고했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인원 4명이 동해상을 통해 (NLL을) 월선한 것은 사실”이라며 “향후 통합방위법에 따라 유관기관과 합동정보조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오전 4시 이전부터 NLL 인근에서 북한군의 동향을 포착하고 동해상에 초계기와 고속정을 보냈지만, 민간 어선이 신고할 때까지 해당 선박을 특정하지 못했다. 북한 목선이 NLL을 지나 남쪽으로 40∼50㎞ 떨어진 지점까지 내려오도록,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다.

동해 NLL 감시·경계 태세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군은 해명에 나섰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새벽 동해상의 ‘의심 선박’을 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TOD) 등 감시장비로 포착하고 오전 5시 30분쯤부터 작전조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레이더와 TOD로 포착된 해당 선박은 어선 신호가 없어 의심 선박으로 추적하고 있었다”며 “초계기와 고속정을 보냈지만, 소형 북한 목선을 찾지 못했고, 이런 와중에 민간 어선이 북한 배를 신고했다”고 말했다.

해군은 서해 NLL과 달리 동해 NLL은 감시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해군 관계자는 “서해 NLL에는 섬이 많고 짧아 경계·감시가 비교적 수월하지만, 동해는 섬이 없고 NLL 길이가 400㎞가 넘어 북한 소형 목선이 넘어오는 것을 모두 잡아내기 힘들다”며 “게다가 먼 바다에 있는 소형 목선은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동해 NLL을 넘어온 북한 어선을 군 당국이 제때 포착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6월 15일 어민 4명이 탄 북한 어선이 삼척항 외항 방파제를 지나 부두까지 다가와 접안했고 인근에 있던 민간인이 112에 신고해 발견됐다. 당시에도 군 당국은 이 어선의 동해 NLL 월선을 알아채지 못했다. 2009년 10월 1일 강릉 앞바다에서 북한 선박이 발견됐을 때도 군 당국은 이 선박의 동해 NLL 월선을 식별하지 못했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