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본)·언해본 동시 최초 복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훈민정음 언해본(왼쪽)과 해례본에 대한 설명이 이뤄지고 있다. 문호남 기자

■ 한글날 맞아 원본 그대로 재현

한지 사용해 고서 촉감 살려
‘자루매기’ 등 전통 제본 방식
세종때 ‘언해본’ 복간도 최초
간송재단 “역사 체감 기회로”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세상에 처음 알릴 때 함께 낸 한문 해설서 ‘해례본’과 이를 한글로 옮긴 ‘언해본’이 최초로 동시 복간됐다.

간송미술문화재단과 가온누리 출판사는 한글날을 나흘 앞둔 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을 원본 그대로 재현한 복간본을 공개했다. 이번에 제작된 해례본 복간본은 지난 2015년 교보문고에서 복간해 펴낸 해례본의 일부를 수정·보완한 것으로 당시 초판 3000부가 1년 만에 모두 판매된 바 있다.

가온누리는 “간송미술관에 보관돼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의 현재 상태 그대로를 재현했다”며 “한지를 사용해 고서의 촉감을 살리는 것은 물론, 세부 구성요소를 그대로 복원해 세월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담았다. 원본과 같은 시침안정법과 자루매기라는 전통 제본으로 고서의 아름다움까지 더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처음 책으로 출간된 언해본은 해례본을 언문(훈민정음)으로 번역하고 풀이를 덧붙여 30쪽 분량으로 펴낸 것으로 세조 때 나온 것을 복간한 적은 있지만, 세종 때의 언해본이 복간된 것은 처음이다. 이번에 초판 4000부를 출간했다.

국보 제70호이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해례본은 1446년 세종이 정인지, 최항 등 8명의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만든 훈민정음 해설서로, 창제 목적과 글자의 원리, 문자를 조합해 표기하는 방법 등을 설명한다. 일제강점기 당시 훈민정음 관련 문헌 대다수가 일제에 의해 훼손돼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해례본은 이번 복간 작업을 기획한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간송본’이 거의 유일하다. 1940년 간송 전형필 선생이 당시 기와집 수십 채 값에 달하는 거액을 들여 입수했다.

경상북도 상주에서 발견돼 ‘상주본’이라 불리는 해례본이 있지만, 간송본과 비교해 훼손되거나 떨어져 나간 부분이 많고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 씨가 문헌을 소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실물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은 상주본 반환 요구 공문을 보내는 등 자진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배 씨는 국회 청문회 개최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는 가운데 오는 6일 국회에선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반환 촉구 기자회견 및 토론회가 열린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간송이 일생 온 힘을 다해 문화재를 지킨 것은 우리 민족에게 훌륭한 문화와 역사가 있다는 자긍심과 자신감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훈민정음’을 국민이 직접 접하실 수 있도록 출간을 결심했다”며 “많은 사람이 더 가까이 우리의 소중한 역사와 문화를 체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