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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간 총괄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

“쉬운 문자로 지식·정보 나눠”

“훈민정음 해례본은 단순한 해설서가 아닙니다. 인류 문명의 패러다임을 바꾼 책이며 학문과 철학, 사상이 응축된 인류 최고의 고전입니다.”

훈민정음 해례본, 언해본 복간 작업을 총괄한 한글학자 김슬옹(61·사진)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은 5일 문화일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훈민정음 관련 연구로 세 번의 박사 학위를 받고 100권 이상의 한글 관련 저서를 낸 김 원장은 이날 해설서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의 탄생과 역사’도 함께 내놨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펴낸 당시의 뜻과 취지를 온전히 널리 알리게 돼 매우 뿌듯하고 큰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해설서에 관해 “해례본에 담긴 세종의 정신과 철학을 강조해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가 강조하는 세종의 정신은 ‘평등’이다. 그는 “한글은 아무도 배제하지 않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문자”라면서 “당시 양반제, 신분제를 지탱한 핵심은 성리학이었고 한문이었다. 그런 시대에 모든 사람이 다 익힐 수 있는 새로운 문자를 만든다는 것은 핵심 가치를 뒤흔드는, 신분제가 무너지고 왕조까지 무너질 수 있는 큰일이었다. 그런데도 훈민정음 창제를 해냈다는 점에서 세종을 존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원장은 지금 우리가 훈민정음 해례본을 읽어야 하는 이유로 “훈민정음을 펴낸 취지는 쉬운 문자로 지식과 정보를 평등하게 나누라는 뜻이었다. 과연 지금 우리가 그렇게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우리가 나라를 빼앗겼던 이유 중 하나로 지식이 대중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면서 “이런 역사적인 교훈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예전엔 한자 사용이 일부 사람들을 배제했다면 요즘엔 영어가 일부를 배제하고 있어 우려된다. 민족주의 차원에서 한글만 사용하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최대한 쉬운 우리 말로 바꾸는 노력을 해야 홍수처럼 거침없이 들어오는 외래어를 그나마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글의 가치와 세종의 정신을 더 널리 알리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