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의장직 해임결의안 가결 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가진 기자회견 중 취재진의 질문에 눈썹을 긁으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 사상 첫 하원의장 해임 파장

공화 강경파에 민주 가세
극한 갈등 대치정국 예고

트럼프 “민주당과 싸워라”
백악관 “신속히 의장선출”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미국 권력서열 3위 케빈 매카시(공화·58)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당내 강경파에 의해 전격 해임되면서 미 정국이 극단 정치로 인한 혼란 상황을 맞게 됐다. 공화당 강경파의 대화·타협 없는 극단 정치와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 탄핵조사 추진 불만 및 공화당 내분 노림수가 더해진 사상 초유의 해임결의안 통과로 미국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의회 기능이 멈춰 섰다.

미 하원은 이날 오후 전체회의에서 매카시 의장 해임안을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가결 처리했다. 전날 해임안을 제출한 맷 게이츠 의원을 비롯해 당내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의장인 앤디 빅스 의원 등 강경파 의원 8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강경파 의원들은 당내 소수임에도 공화당이 과반을 불과 4석 웃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민주당과는 물론 당 내부에서도 극단 정치 행보를 보여 왔다. 특히 매카시 의장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을 막기 위해 임시예산안을 처리하자 불만을 제기하고 해임안을 제출·통과시켰다. 민주당 역시 매카시 의장이 최근 추진한 바이든 대통령 탄핵조사에 불만을 품고 해임 찬성으로 당론을 모았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당내 극한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했다.

사상 초유의 의장 해임안 가결로 공화당은 소수 강경파와 매카시 의장을 지지해온 다수파로 나뉘어 극심한 내분이 벌어질 전망이다. 공화당 출신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이 이날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게이츠 의원 퇴출을 주장하는 등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은 왜 항상 자기들끼리 싸우고 미국을 파괴하는 급진좌파 민주당과 싸우지 않는가”라며 당의 내분을 비판했다.

민주당도 사태 장기화 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의장이 공석이 되면서 내년도 예산안과 국방수권법(NDAA) 등 핵심 법안 처리가 기약 없이 밀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은 내분을 벌이는 공화당에 비판이 집중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정 운영 책임을 진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백악관은 이날 매카시 의장 해임 직후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이 신속하게 의장을 선출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매카시 의장 해임에 찬성하면서 향후 초당적 협력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의회 내 초당파 모임인 문제해결사 코커스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이날 해임안 통과 직후 모임을 단체 탈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한 공화당 의원은 CNN에 “민주당은 자신들이 다수당일 때만 문제해결사(코커스)가 일하기를 원한다”며 불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