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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인 첫째 딸에 대한 범행은 ‘승낙살인죄’, 미성년자인 둘째 딸은 ‘살인죄’ 적용
사기범은 친모보다 형량 적은 10년 형 선고

4억 원가량의 투자사기를 당하고 세상을 비관해 두 딸을 살해하고 자해한 친모에게 징역 12년이 확정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씨는 지난해 3월 9일 새벽, 전남 담양군의 한 다리 인근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두 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망 당시 첫째 딸은 24세, 둘째 딸은 17세였다.

그는 오랜 지인으로부터 4억여 원의 투자 사기를 당해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치자 이를 비관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딸들을 살해한 뒤 자신도 자해해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으나 수 개월간 치료를 받고 살아났다.

1심 재판부는 두 딸에 대한 살인죄를 모두 인정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징역 12년을 선고하면서도 세부 혐의에 대한 판단은 달리했다.

2심은 첫째 딸에 대한 범행은 살인죄가 아닌 ‘승낙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딸이 범행 장소까지 직접 운전하는 등 범행에 협조했고 세상에 미련이 없다고 언급한 점, 죽음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였던 점에 비춰 승낙살인죄의 요건인 ‘자유의사에 따른 진지하고 종국적인 승낙’이 충족됐다고 판단했다. ‘피해자’인 딸에게서 일종의 동의를 받았다는 것이다.

반면, 둘째 딸에 대한 범행은 1심과 같이 살인죄가 인정됐다. 미성년자로서 이씨와 언니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던 딸이 저항을 포기했을 뿐 살해당하는 것을 승낙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씨와 검사는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한편, 비극적 범행의 원인을 제공한 사기범은 이씨를 비롯한 피해자 10명에게서 고수익을 빌미로 투자금 150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5월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임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