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철근 보강공사 한창 국토교통부가 3일 ‘무량판’ 구조의 민간 아파트에 대한 전수조사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경기 오산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세교2 A6블록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철근 보강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공정위, 곧 고강도 조사 착수

올해만 해도 10조원 규모 발주
LH 퇴직후 입사한 전관들 담합
중견 건설사 6개사 등 광범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택지개발 사업에 참여한 유명 중견 건설사에도 LH 전관들이 줄줄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는 전관 영입 이후 LH의 공공주택 사업을 수주하거나, LH 택지에서 주택 사업을 활발히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LH가 발주한 공공아파트의 부실 공사 설계 및 감리 담합이 있었는지 등을 살펴보기 위해 하도급 거래 직권 조사에 곧 착수할 방침이다. LH는 4일 무량판 구조 지하 주차장에서 보강 철근을 누락한 15개 단지의 설계·시공·감리 관련 업체들을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이날 문화일보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통해 입수한 ‘건설사들의 OB(퇴직자)’ 명단을 보면 LH 공공택지 사업에 활발하게 참여해 온 6개 중견 건설사에는 LH 부사장, 처장 등 고위직 출신의 전관이 임원으로 다수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 건설사들은 LH가 조성한 택지를 싼 가격에 취득해 주택을 지어 분양하거나, LH가 공공택지에 발주한 아파트 시공권을 따내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LH에서 1급으로 퇴직한 A 씨는 2017년 한 건설사로 자리를 옮겨 승승장구했다. 이 회사는 ‘A 씨가 LH 출신으로 공공수주 확대에 도움을 줬다’고 홍보하기도 했으며, 최근까지도 전국 LH 아파트의 사업권을 여러 건 따냈다. 또 2018년 LH 처장 출신을 고문으로 영입한 B 건설사도 LH 택지개발 사업에 활발하게 참여 중이며, 지금도 충청권 한 신도시에 LH 시행사업으로 아파트를 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건설 이권 카르텔 척결을 위한 정부의 전방위 조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만도 10조 원 규모의 공사·용역을 발주하는 LH가 전관이 포진된 건설사들에 입찰·수주 특혜를 줬는지가 조사의 핵심이다.

우선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공정위의 직권 조사는 철근 누락이 드러난 LH 아파트 15개 단지를 비롯해 건설업계 전반의 부당 하도급 거래 정황을 광범위하게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할 혐의들을 파악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파악이 되면) 자료와 현장 확인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LH의 전관 업체 담합 의혹과 관련해서는 LH가 자체 확인한 1차 결과를 전달받아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경찰 수사도 본격화된다. LH는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해 철근 누락 단지 관련 업체 40여 곳 및 관련자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설계 오류와 시공 누락, 부실 감리 등으로 건설기술진흥법과 주택법, 건축법 등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이들 업체 중 상당수는 LH 출신 임직원들이 재취업한 곳이다.

김영주·유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