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총파업 출정식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2004년 이후 19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본관에서 개최된 한양대의료원지부 파업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이 투쟁을 외치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문호남 기자

■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의료대란 현실화

간암·심장이상 증상 있는데
“CT 찍을 인력없다” 진료거부
곳곳서 잇단 강제퇴원 조치

전국 145곳… 상급병원 40% 참여
응급센터선 “이송 자제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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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경·전수한·강한·권승현 기자, 인천=지건태 기자, 전국종합

“심장 판막 기형인 데다가 간암 초기가 의심돼 정확한 진단이 급한데 검사를 거부당했어요. 호흡도 좋지 않다는 데도 파업한다는 이유로 집으로 돌아가라는데 환자한테 이럴 수 있는 건가요?”

13일 오전 9시 20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로비 접수대에서 만난 40대 A 씨는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 탓에 진료를 거부당했다면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채혈까지 다 마쳤지만, 파업으로 간과 심장 등 컴퓨터단층촬영(CT)을 찍을 인력이 없다면서 20일에 다시 오라고 안내받았다”며 “지금 몸 상태가 안 좋다고 호소해도 거절당했는데 몇 년간 이 병원을 다녀도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7시 30분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본관 1층 외래채혈실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환자 20명가량이 줄 서 있었다. 이곳에서 기다리던 40대 B 씨는 “오늘따라 파업의 영향인지 모든 부분에서 일 처리가 더뎌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 병원 응급실 중환자 병상은 이미 오전에 정원 20명이 꽉 차 포화상태였다. 일반병동과 중환자실 병실이 90% 이상 차면서 응급환자를 더이상 받을 수 없어서다. 보건의료노조는 파업을 해도 응급실과 수술장 등 필수의료 인력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입원실에 간호 인력이 없다면 응급실과 수술 환자를 받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노사협상이 타결된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국립암센터에 입원한 40대 C 씨는 “5인실에 입원해있는데 12일에 3명이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며 “자궁암과 유방암 환자들이 입원한 8층에서도 병실이 텅텅 비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의 이익 때문에 환자 건강을 볼모로 잡는 게 맞나 싶어 ‘이럴 줄 알았으면 이 병원 안 왔다’며 의료진에게 화냈다”고 덧붙였다.

보건의료노조가 이날 19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국립중앙의료원 등 전국 상급종합병원 45곳 중 40%인 18곳이 파업에 참여했다. 이날 국립중앙의료원 로비는 환자들이 붐비는 오전 시간대에도 마치 공휴일처럼 텅텅 비어있었다. 이 병원에서는 필수의료 인력을 제외한 550명 정도가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안팎에는 보건의료노조의 요구사항이 적힌 현수막만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24시간 운영되는 응급의료센터에는 오전 7∼8시까지 구급차가 단 한 대만 들어왔다. 이 병원이 지난 10일 총파업을 앞두고 소방 당국에 ‘응급 이송 자제’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고려대안암병원과 경희대병원도 지난 12일 다른 병원들에 ‘환자 이송과 전원’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국립대병원 등에서도 환자 피해가 속출했다. 부산대병원은 중증환자와 산모를 제외한 700여 명을 인근 동아대 병원 등으로 전원 조치했다. 전체 입원환자 800명 중 100명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강제 퇴원 조치를 당한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양산부산대병원도 대다수 입원환자를 전원 조치해 1200여 개 병상 중 100개 병상만 남겼다. 이날 파업으로 평소 4000건에 달하던 외래진료는 4분의 1 수준인 1000건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