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프로야구 SSG의 2군 훈련 시설이 있는 인천 강화의 SSG퓨처스필드. 이곳에서 선수단 내 폭행과 집단적인 가혹 행위가 발생했다. SSG 제공

신인이 건방지다며 단체 얼차려
중간 선배가 원인 제공자 폭행
이후 후배 소집 집단 가혹 행위

3년 전 SK 시절에도 폭행 사태
당시 신인급 선수들이 가해자로

프로야구 SSG 선수단 내에서 폭행과 집단적인 가혹 행위가 일어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11일 오전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일 SSG 2군 소속 내야수 A가 인천 강화군 SSG퓨처스필드에서 점심시간에 자신보다 어린 선수들을 모아 놓고 단체 얼차려를 지시했다. 올해 신인인 내야수 B가 ‘건방지게 굴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얼차려를 받고 격분한 투수 C가 원인을 제공한 B를 탓하며 야구 배트로 엉덩이를 수차례 때리는 폭력을 행사했다. 이어 단체 얼차려를 받은 D도 곧바로 후배들을 소집해 집단 가혹 행위를 저질렀다.

이후 한 코치가 우연히 B의 몸 상태를 확인하다가 사건이 불거졌다. 7일 이 코치가 해당 사실을 구단 수뇌부에 보고했고, SSG는 곧바로 한국야구위원회(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KBO는 SSG 구단으로부터 관련 사건을 전달받고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단순 얼차려가 아닌 야구 배트를 사용한 폭행까지 일어났기 때문에 KBO는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KBO 관계자는 “현재 심도 있게 조사를 진행 중이며, 상벌위원회 등 후속 조치가 이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SSG는 전신인 SK 시절인 지난 2020년 7월에도 2군에서 선배 선수들이 후배들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가한 사건이 알려져 물의를 빚은 바 있다. SK는 뒤늦게 이를 인지했으나, KBO에 보고하지도 않았다. 당시 구단은 “비록 훈계 목적이라도 선수단 내 얼차려, 체벌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면서 “경기 외적으로 품위를 훼손하는 행위를 하면 잘못의 정도에 따라 ‘원 스트라이크 아웃(퇴단)’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특히 3년 전 이 사건 때 신인급 선수였던 이들이 이번엔 가해자로 변신했다는 점에서 더 충격을 주고 있다. 선수단 내의 ‘폭력의 대물림’이라는 악순환을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SSG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확인 즉시 엔트리 및 경기에서 제외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 조치했다. KBO엔 9일 신고했다”고 밝혔다. 현재 폭력의 피해자인 B는 C에 대한 처벌 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야구 관계자분들께 정말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 KBO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야구 팬들에게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최근 수년간 선후배 간의 얼차려와 폭행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대단히 엄격해졌다. 3년 전 고 최숙현 사건으로 인해 스포츠 인권의 중요성이 커졌고, 이후 단체 가혹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되는 분위기다.

한 프로야구 해설위원은 “과거엔 조직력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선배가 제자, 후배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는 게 흔한 장면이었지만 스포츠계 폭력이 사회적으로 손가락질의 대상이 된 시점에 이런 일이 벌어져 충격이다. 사라져야 할 악습이 다시 나타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