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 비상대응체제 가동

서울시 하천 · 지천 27곳 통제
경기도 31개 시군 · 기관 소통

이정민 · 전수한 기자, 광주 = 김대우 기자

29일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전국에 많은 비가 예상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는 호우특보가 발령되기 전부터 비상근무에 들어가는 등 선제적 상황 관리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 집중호우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서울, 경기 등 중부 지역 광역지자체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비를 맞이하고 있다.

서울시는 기상청이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서울 전역에 호우주의보를 발효하기 한 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1단계 비상근무를 발령하고 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에 나섰다. 시는 25개 자치구뿐 아니라 관계기관과 함께 서울 시내 하천 통제 및 관리 등 매뉴얼에 따라 대비태세를 갖추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는 시내 66개 하천과 지천 중 도림천·우이천·정릉천 등 범람 위험이 큰 27개 하천과 지천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아울러 각 부서와 자치구를 통해 비상근무 인력들이 저지대 상습침수지역을 중심으로 빗물받이에 유입된 퇴적물 등을 제거하는 작업과 제방도로 범람 시 신속한 출입통제가 가능하도록 순찰 및 응급조치에 나서도록 지시했다.

지난해 물폭탄으로 극심한 수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은 이날 오전 ‘물폭탄 공포’가 재연될까 긴장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진흥종합상가는 지난해 물난리로 지하층이 잠긴 후 들어오려는 점포가 없어 ‘유령 층’이 돼 버렸다. 이 건물에서 렌터카업체를 운영하는 김순복(62) 씨는 “지난해 렌터카 9대가 침수돼 거의 폐차시킬 정도로 경제적 피해가 막심했다”며 “올해도 길고 폭우가 많은 장마가 예고돼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는 영등포구 신길5동 다세대주택 단지의 일부 주민들은 골목의 빗물받이를 청소하거나 대문 앞에 모래주머니를 쌓고 있었다. 10일 전 구청에서 침수지역 빗물받이를 청소했지만, 일부는 여전히 낙엽과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주민 권모(52) 씨는 “반지하 이웃들 피해가 극심했는데, 같은 일이 벌어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이날 오전 7시 30분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이후 1단계 비상대응체계 가동에 들어갔다. 도는 기상 상황과 현장 모니터링을 하며 기상 상황에 따라 비상대응단계를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31개 시군, 관계기관 등과 소통 체계를 유지하며 상황을 공유하는 한편 산간계곡·야영장을 비롯한 집중호우 위험지역 접근 금지, 야외활동 자제 등 행동 요령을 재난 문자로 알릴 계획이다. 지난 27일부터 2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져 1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를 입은 광주시와 전남도는 이날 오후부터 30일까지 최대 250㎜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이란 기상청 예보에 따라 비가 소강상태인 이날 오전 현재에도 사전대비 태세를 유지하며 침수 우려 지역에 대한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물폭탄으로 큰 피해를 본 경북 포항시 역시 하천 시설물을 복구하고 침수 피해를 유발한 하천의 통수단면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