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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원폭탄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학부모가 교사 협박·난동까지
교육현장에도 일상이 된 ‘민폭’

제주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한기진 교감은 28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누이 학부모가 5년간 3개 초등학교를 옮겨 다니며 교사·학교에 1000여 건의 악성 민원을 제기했던 과거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당시 이들 남매 학부모는 글씨를 바르게 쓰라고 지도한 담임교사를모욕죄로 고소하는 등 민원을 상습 제기했다가 교육청에 고발된 후 구속까지 당했는데, 사건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은 지난해 5월에서야 났다. 당시 이들 학부모가 교원 10여 명과 교감, 교장에 대해 교육청은 물론이고 검찰, 국민권익위원회, 대통령실까지 무작위로 민원을 제기하면서 당시 교장은 퇴직했고 2년간 담임을 맡았던 교사와 한 교감은 ‘공무상 요양’까지 인정됐다.

올해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사가 칭찬 스티커를 주는 활동을 하자 못 받은 학생의 학부모가 “아이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며 ‘정서적 아동 학대’ 이유를 대며 민원을 넣고 경찰에 신고했다. 한 초등학교에선 학생 체온을 여러 번 측정했다고 “코로나19 환자로 낙인 찍는 거냐”며 학부모가 담임과 보건 교사에게 난동을 부린 사건도 있었다. 한 중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 이름과 성을 붙여 부르자 보호자가 “성을 붙여 부르는 건 친절하지 못한 행동”이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악질 민원 공세가 교육 현장을 멍들게 하고 있다.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신문고와 교육부에 접수된 민원은 4만803건이다. 이와 별개로 관할 학생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교육청의 지난해 민원 수는 9만7439건, 서울시교육청은 2만812건 수준이다.

한 교감은 “민원 세례가 교권 침해와 맞물리면서 교사들의 적극적 지도 활동이 위축되고, 휴가나 병가를 넘어 교직현장을 떠나는 젊은 교사들도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