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 사진)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EPA·연합뉴스

‘반란 사태’ 마무리한 푸틴, 건재 과시
“무장반란은 어떤 경우든 진압됐을 것”
프리고진 “정부 전복 위한 것 아니었다
러 병사의 피 흘리지 않기 위해 돌아서”




최근 러시아에서 민간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이 반란사태를 일으킨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번 상황은 모든 협박과 혼란이 실패할 운명임을 보여줬다”며 사태 진압과 건재함을 알렸다. 또 이번 사태의 배후로 러시아의 동족상잔을 바라는 서방 진영이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밤 TV 연설을 통해 “무장반란은 어떤 경우든 진압됐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반란 사태 이후 푸틴 대통령은 사전 녹화된 방송 인터뷰나 화상 연설을 한 적이 있으나 사태에 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날 연설이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바그너 그룹의 지휘관과 병사 대부분이 러시아의 애국자임을 알고 있다”며 그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우들에 맞서도록 반란에 이용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순간에 멈춰서 유혈사태로 향하는 선을 넘지 않은 바그너 그룹 지휘관과 병사들에게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바그너그룹 반란사태를 무난하게 마무리했음을 강조하는 언급으로 풀이된다.

또 푸틴 대통령은 “사태 처음부터 대규모 유혈사태를 피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도 했다. 이는 바그너 그룹이 별다른 저항 없이 모스크바 200㎞ 이내까지 신속히 진군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해명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사태 이후 벨라루스로 가고자 하는 바그너 그룹 멤버에 대해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재확인하며 너그러움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바그너그룹 인력들에 대해 “국방부와 계약하거나 집에 가도 된다”며 “아니면 벨라루스로 가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태의 배후로 서방 진영을 지목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분열 같은 사태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내부 결속을 다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네오나치와 그들의 서방 후원자, 그리고 모든 국가 반역자 등 러시아의 적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동족상잔이었다”며 “그들은 러시아 군인들이 서로를 죽이길 원했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번 반란 사태를 주도한 바그너그룹 수장 프리고진도 사태 이후 첫 공개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11분 정도의 음성메시지에서 “우리는 불의로 인해 행진을 시작했다”며 “아무도 국방부와 계약에 동의하지 않았고, 바그너 그룹은 7월 1일 이후로 존재하지 않을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바그너 그룹 등 용병기업에 대해 7월 1일까지 정식으로 국방부와 계약하고 활동하도록 지시했으나 프리고진은 이에 반발하며 계약을 거부했다.

프리고진은 “우리는 공격 의사를 보이지 않았으나 미사일과 헬리콥터의 공격을 받았다”며 “그것이 방아쇠가 됐다. 러시아 항공기를 공격해야만 했던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이번 반란의 목표에 대해 “‘정의의 행진’의 목표는 바그너 그룹의 파괴를 피하는 것이었다”며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중 실책을 저지른 이들의 책임을 묻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러시아 정부 전복을 위해 행진한 것이 아니었다”며 “러시아 병사의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 돌아섰다”고 강조했다.

지난 24일 반란을 중단한 뒤 프리고진의 발언이 전해진 것은 이틀 만이다. 그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협상 결과 반란을 중단하고 벨라루스로 망명하기로 했으나, 당일 밤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노두를 떠난 뒤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