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 24일 자신들이 장악했던 러시아 남서부 로스토프나도누 거리에서 철수하면서 군용 차량 밖을 내다보고 있는 모습. AP 뉴시스

이미지 크게보기 예브게니 프리고진. 지난 23일 바그너 그룹이 공개한 비디오 캡처. AP 뉴시스

“바그너 그룹 파괴 피하기 위해 한 일”…“러시아 항공기 공격했던 것 유감”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반란 중단 이후 이틀 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어 “정부를 전복하려던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26일(현지시간) AF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11분짜리 음성메시지에서 “우리는 불의로 인해 행진을 시작했다”며 “아무도 국방부와 계약에 동의하지 않았고, 바그너 그룹은 7월 1일 이후로 해체하게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반란의 목표에 대해 “‘정의의 행진’의 목표는 바그너 그룹의 파괴를 피하는 것이었다. 특별군사작전 중 실책을 저지른 이들의 책임을 묻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바그너 그룹 등 용병기업에 대해 7월 1일까지 정식으로 국방부와 계약하고 활동하도록 지시했으나 프리고진은 이에 반발하며 계약을 거부했다.

그는 “우리는 공격 의사를 내보이지 않았으나, 우리는 (러시아 정규군으로부터) 미사일과 헬리콥터 공격을 받았다. 이것이 신호탄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난해 2월 24일(우크라이나 침공일)이 어떻게 흘러갔어야 했는지 그 예시를 보여주었다”면서도 “러시아 병사들이 피를 흘리는 것을 막으려 후퇴를 명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항공기를 공격해야만 했던 것은 유감”이라면서 “러시아 병사의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 돌아섰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내 군사 블로거들은 무장반란 과정에서 바그너그룹이 러시아 공군기를 격추해 최소 13명의 병사가 사망했다고 전한 바 있다.

프리고진은 하루 만에 1000㎞에 가까운 거리를 주파한 자신들의 행적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2월 24일이 어땠어야 하는지 우리가 마스터 클래스를 보여줬다”며 “이번 행진으로 인해 국가의 심각한 안보 문제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 5월 23일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헬리콥터에서 내리고 있다. AP 뉴시스

지난 24일 바그너 그룹이 모스크바 턱 밑까지 진격한 가운데 프리고진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협상 결과 반란을 중단하고 벨라루스로 망명하기로 했으나, 당일 밤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노두를 떠난 뒤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반란이 일단락되자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 입건을 취소하고 그가 러시아를 떠나 벨라루스로 갈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과 일간 코메르산트는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이 맡은 프리고진의 무장반란 혐의 관련 수사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박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