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가 낸 이지리드 판결서 중 일부. 서울행정법원.

지난해 행정법원, 이지리드 판결서 내놔 반향 일으켜
사법정책연구원, 판결 작성 방안 연구 중…시너지 기대


법원이 발달 장애인 등 독해력이 떨어지는 소송당사자를 위해 읽기 쉬운 판결문 작성을 활성화하기 위한 가이드 라인 개발에 들어갔다. 장애인이 사법절차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판결서의 내용을 동등한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지난 23일 이지리드(Easy-Read) 판결서 작성을 위한 시각자료 개발 연구에 대한 긴급 공고를 냈다. 이지리드 판결서란 발달 장애인 등 글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대상으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판결문을 뜻한다. 판결서에 ‘청구기각’을 ‘원고가 졌습니다’ 등으로 표현한 예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강우찬)에서 표현을 풀어 쓰고, 삽화를 삽입해 이해를 도운 이지리드 판결서를 내놔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지난 2020년 ‘장애인 사법지원을 위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면서 소송 당사자가 정신적 장애인인 경우 될 수 있는 대로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게 판결문을 작성할 것을 주문했으나 이후 구체적인 작성 방안이나 작성을 위한 보조적 시각자료가 제시된 바는 없다.

법원이 이지리드 판결서를 위한 시각자료 개발에 나선 까닭은 글보다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시각 자료가 상당수 필요한데 마땅한 사진이나 그림이 없거나 있더라도 저작권 문제로 사용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행정법원 11부 또한 이지리드 판결서를 작성하면서 저작권 침해 등을 우려해 첨부할 이미지를 손수 제작했다. 만약 이지리드 판결서를 쓸 때마다 이미지를 검색하거나 매번 제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동반된다면 이지리드 판결서 작성 빈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법원은 우려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이번 연구 용역을 진행해 쉬운 판결문이 제공될 만한 장애인의 범위를 특정하고 개발이 필요한 어려운 법률 용어 선별에 나설 예정이다. 예를 들어, 상계·변제·충당 등 독해력이 떨어지는 장애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를 시각 이미지로 개발할 것을 주문할 예정이다. 또, 법률의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시각자료도 확보할 계획이다. 법원행정처는 이번 연구 결과가 사법정책연구원이 진행 중인 ‘장애인 등을 위한 이해하기 쉬운 판결서 작성방안’ 연구와 연계돼 법원 내 쉬운 판결문이 자리 잡을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김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