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돈줄 된 ‘킬러문항’ 국민의힘과 정부가 19일 당정협의를 갖고 수능에서 ‘킬러 문항’의 출제를 배제하고 출제 기법을 고도화해 적정 난이도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이날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최상위권 킬러(문항) 분석’ 등을 앞세운 광고 문안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 정부 ‘수능 카르텔’ 정조준

출제위원 외 위원장급까지 고용
모의고사 문제집 등 유통해와
사교육비 급증하고 공정성 저하
평가원은 ‘킬러 문항’으로 방조

정부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 문항 출제 배제 방침은 일선 교육계와 서울 강남 대형 입시 학원 간의 보이지 않는 ‘사교육 카르텔’을 뿌리 뽑아 입시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입시학원들은 수능 출제위원이 포함된 교육계 종사자들에게 1문항당 기본 50만 원부터 문제의 독창성과 수준에 따라 100만 원을 주고 문제를 구입해왔다. 사교육 비용 지출 급증과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킬러 문항을 수능에 출제해 이를 방조한 측면도 있다.

20일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수능 출제위원 출신 인사를 포함한 교육계 인사들과 대형 입시 학원 사이의 카르텔을 끊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대치동 등 소재의 몇몇 학원이 수능 출제위원뿐 아니라 위원장·부위원장급 인력을 고용해 모의고사 문제집 등을 유통해 왔다는 것이다. 또 특정 대학 사범대 출신이라는 인맥으로도 연결돼 사교육 카르텔을 형성했다. 출제위원 출신, 학맥 등 신분과 고액 연봉을 통해 학원가에서는 킬러 문항 대비가 가능하다고 홍보해 왔다고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학원가에서도 사교육 시장의 비대화에는 ‘킬러 문항’이 있었다고 인정한다. 실제로 수천억 원의 매출을 찍고 있는 대치동 A 학원은 킬러 문항이 포함된 자체 모의고사를 기반으로 규모를 키웠다고 학원계는 입을 모은다. 이만기 유웨이 평가연구소장은 “성적 상위 1∼3% 학생들이 킬러 콘텐츠 때문에 서울 강남의 A 학원을 찾은 뒤, 주변 학생들에 홍보해주면서 A 학원이 지금의 규모로 커질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A 학원은 이 같은 모의고사 문제를 바탕으로 재수종합반의 경우 보통 국어, 영어, 수학, 탐구 4과목에 대해서 합계 6등급 이내로 입학자격 제한을 둬 전국 최대 의치한약대 합격자를 배출해 유명해지고 있다. 인터넷 강의 업계 관계자는 “일타 강사 중 킬러 문항을 잘 만드는 강사를 캐스팅해 문제 개발에만 집중하게 하는 경우도 봤다”고 했다.

전직 수능 모의고사·수능 출제위원이 모의고사 상품을 만들어 학원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장은 “국문과 교수였던 B 씨는 오랜 출제위원 경력을 배경으로 모의고사연구소를 설립, 모의고사 상품을 학원에 판매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학원 관계자 역시 “출제위원 출신 교사들이 학원에 영입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킬러 문항의 고착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왔지만, 평가원 등 공교육 분야에서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없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애초 출제 목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면 그 원인이 무엇이고 정답률은 어땠는지 다각도의 분석을 내놔야 맞다”고 말했다.

서종민·권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