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민원폭탄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 기상천외 폭력에 공무원 수난


전국의 민원 담당 공무원들이 트레킹화, 볼펜 등 온갖 도구를 활용한 민원폭력(민폭)에 시달리고 있다. 공무원들은 신체적 폭력 이외에 언어폭력, 인신공격성 발언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수난을 겪고 있다.

16일 민폭 범죄 1심 판결문을 보면, 기상천외한 도구를 활용한 민폭 범죄가 적지 않았다.

지난 2021년 11월 24일 “하수구가 막힌다”는 민원을 받고 경기 화성시 한 공사현장을 찾은 공무원 A 씨는 민원인 B 씨로부터 ‘트레킹화 폭행’을 당했다. B 씨는 “왜 계속 연락해 귀찮게 하느냐”며 자신의 트레킹화로 A 씨의 왼쪽 뺨을 1회 때리고, 손으로 재차 뺨을 2회 때렸다. A 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휴대전화를 가로채기도 했다.

지난해 1월 18일 전남 곡성의 한 행정복지센터 공무원은 ‘볼펜 촉 폭행’을 당했다. 해당 공무원이 “정확히 내용을 적어달라”며 메모지와 볼펜을 민원인 C 씨에게 건네자 “그것도 못 알아듣냐”라고 소리치며 볼펜 끝으로 공무원의 손바닥을 2회 내리찍었다.

지난 2021년 5월 3일 전남 곡성의 또 다른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지팡이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한 할머니가 “조현병을 앓고 있는 내 손녀를 왜 행정입원 시켰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어 이 할머니는 나무지팡이로 공무원의 오른쪽 다리를 가격했다. 이 할머니는 한 달 뒤 또다시 이곳을 찾아와 나무지팡이로 이전에 피해를 당한 공무원의 어깨를 때렸다.

인신공격성 발언을 듣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해 1월 11일 청주 청원구 행정복지센터에서 D 씨는 30대 공무원에게 “XX야, 내 학교 성적증명서랑 졸업증명서 뗄 수 있나”라고 한 뒤, 대뜸 “너 공익(공익근무요원)이지? 내가 너 선배야. 몇 살이야”라며 폭언을 이어갔다. 이후 복도에서 이 공무원과 눈이 마주치자 D 씨는 “뭘 보냐. XX야”라며 주먹을 휘둘렀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