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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중심이었던 책의 실체가 궁금해 번역… 이제 독자들이 판단할 차례”

유민우 기자
유민우 기자
  • 입력 2023-06-07 09:10
  • 수정 2023-06-0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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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의 기원’ 완역 김범 국사편찬위 연구관

금지됐던 브루스 커밍스의 책
일제 강점기까지 폭넓게 분석

“일본, 우리보다 21년 앞서 번역
국내 학계 무겁게 받아들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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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를 다룬 가장 중요한 저작 중 하나를 일본이 21년이나 앞서 완역했죠. 국내 학계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전두환 정권 시절 금서(禁書)로 지정됐던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명예교수의 ‘한국전쟁의 기원’(글항아리)이 출간 43년 만에 한국어로 완역됐다. 5년에 걸쳐 번역을 마무리한 김범(사진)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은 2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논쟁과 논란의 중심이었던 책의 실체가 궁금했다. 이제 독자들이 직접 읽고 판단할 차례다”라며 완역 의미를 설명했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통찰한 ‘한국전쟁의 기원’은 1980년대 운동권 학생들의 필독서 중 하나였다. 한국 현대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커밍스는 책에서 줄곧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며 한반도의 내부 갈등과 모순 등을 전쟁의 근원으로 봤다. 그의 이런 역사관은 ‘수정주의’로 불렸고, 한국사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받았다. 동시에 ‘남침’ 혹은 ‘북침’의 판명, 즉 ‘누가 방아쇠를 당겼는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해 늘 비판과 이견이 따라붙었다.

김 연구관은 “기존 연구들이 파고들지 않던 전쟁 원인을 심층 분석한 기념비적 학술서”라고 의의를 강조하면서도 “수긍할 수 없거나 의문이 생기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의 지적은 그동안 커밍스의 책을 둘러싸고 분분했던 의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북한이 소련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을 간과한 점과 전쟁을 누가 일으켰는지는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시각 등이다. 책은 1권이 1981년, 2권이 1990년 출간됐다. 2권 출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소련의 해체와 기밀문서 공개로 한국전쟁은 스탈린이 승인하고 김일성이 주도한 북한의 선제공격임이 확인됐다. 김 연구관은 “소련 자료를 볼 수 없던 상황에서 출판돼 저자가 북한의 자율성을 과대평가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커밍스는 전쟁의 원인을 찾기 위해 1950년 6월 25일 전후에 집중한 기존 학자들과 달리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쟁을 국제적 요인에 의한 내전으로 보면서도, 식민지 때부터 축적된 ‘남북 갈등’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판단한 것. 역사의 복합적 속성을 강조한 것이지만, 책은 “전쟁의 시작을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주장에 이르면서, 큰 반발을 사게 된다. 김 연구관은 “‘범인’ 찾기를 피한 것이 아니라 역사 해석의 단순화를 막으려는 의도”라면서도 “전쟁의 원인 제공자가 중요하지 않다는 시각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완역까지 40년이 넘게 걸린 이유에 대해 김 연구관은 국내 사학계의 폐쇄성과 번역 업무 저평가 경향을 꼽았다. 그는 “한국학은 ‘우리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해외 학계 동향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쓴소리를 했다. “사실 해외 한국학 수준이 굉장히 높아요. 해석과 연구 방법도 다르고요. 편협해지지 않기 위해 그들의 시각에도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요.” 총 세 권, 무려 2000쪽에 달하는 책을 번역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전문 번역가도 부족했다. 김 연구관은 “국내에서 번역은 2차적인 작업으로 평가절하되기도 한다”며 “최근 우수한 인력이 번역 일에 뛰어들지 않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영국 부커상은 번역가와 저자에게 똑같이 수여되는 걸로 유명하죠. 번역에 대한 국제적인 인식을 따라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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