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 “소명기회 줘야
길들이기로 변질돼선 안돼”

정부가 5일 국고 보조금을 둘러싼 비리·부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해당 단체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향후 형사 조치 등에서 수사 및 조사 절차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계에서는 이번 감사결과 파장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시민사회단체 투명성 확보 및 자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국고 보조금에 대한 부정 사용이 확인됐거나 정황이 드러난 경우 형사고발뿐 아니라 환수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최근 3년간의 부정 사용·집행 사례를 1865건 적발하고, 314억 원에 달하는 액수를 확인하고도 그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향후 수사 상황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부정 사용이 적발된 시민사회단체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의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무조정실은 오는 7일 전 부처 감사관을 포함한 관계부처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 회의에서는 보조금 환수, 고발 및 수사의뢰, 포상금 등 제도개선, 보조금 예산 구조조정, 추가 감사계획 등 후속조치 사항이 논의될 예정이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번 감사결과에 대해서 과거의 잘못된 비리를 근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가의 세금을 보조받고 시민들로부터 후원도 받았다면 정부가 명단을 공개하더라도 단체들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억울한 시민단체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시민단체들에 소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시민단체는 국가를 이루는 기본인 시민이 모여 공권력과 공적부조가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감시하는 보충적 역할을 수행했다”며 “지원금 유용 행위 자체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정화작업이 정부의 시민단체 길들이기 차원으로 오남용되거나 변질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서종민·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