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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단체 ‘보조금 잔치’ 파문

문 정부때 연평균 3555억 급증
관리는 부실, 도덕적 해이 초래

이산가족 지원한다며 사적유용
친족간에 내부거래 협동조합도
정부, 보조금 구조조정 등 방침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국고 보조금을 둘러싼 불법·비리에 대한 철저한 단죄와 환수를 지시한 데는 문재인 정권에서 남북 교류 강화·사회적 협동조합 지원 등을 명목으로 한 국고 보조금 집행이 ‘이권 카르텔’ 형성으로 이어졌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문 정권이 5년간 매해 평균 3555억 원씩 불린 보조금으로 지지 기반을 다지고 국정 동력까지 확보했다는 것이다. 여당도 문 정부의 시민단체 보조금을 “이념 정권 유지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최근 3년간 국고 보조금을 받은 민간단체 1만2133곳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고받고 “보조금 비리에 대한 단죄와 환수 조치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엄정 지시에 따라 정부는 즉각 후속 조치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는 내년에 지급 예정이었던 보조금을 5000억 원 이상 감축하는 구조조정부터 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형사 조치뿐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도 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국고 보조금을 집행하는 프로세스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집행 과정에서의 권한이 있는 담당자에 대해 실명제를 실시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졌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 정부가 퍼준 보조금, 이념 정권 유지비였나. 국민세금으로 홍위병을 양성했던 것인가”라면서 “문 정권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국무조정실 감사 결과, 남북 이산가족을 민간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며 보조금을 받은 A 협회는 전·현직 임원 가족의 휴대전화를 구매하고, 임원이 운영하는 업체의 임차비용 등으로 2400만 원을 부정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연구를 목적으로 한 B 연구원은 인건비 895만 원을 허위로 제출했다는 지적을 받고 요구받은 증빙자료 제출을 위해 근무 사진을 조작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적 경제’ 활동을 한다는 C 협동조합은 조합 대표와 친족 간 내부거래로 3150만 원에 달하는 국고 보조금을 부당 집행했다. 보조금을 무단으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빼낸 다음 사적 용도로 쓰고는 잠적한 D 협동조합 이사장 등도 적발됐다.

민간단체에 지급된 국고 보조금 규모는 문 정부 들어 전임 정부 대비 약 2조 원 늘었고, 문 전 대통령 집권 4년 차에는 5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문 정부는 기존 조직 외에 행정안전부 지역혁신정책관이라는 새 직제까지 만들어 민간단체 지원에 집중했다. 최근 3년간 국고 보조금 중 1만2000여 민간단체에 지급된 6조8000억 원에 대한 감사 결과, 부정 비리가 드러난 국고보조금 사업규모가 1조1000억 원에 달했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