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동근(왼쪽 네 번째)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과 5개 경제단체 관계자 등이 지난달 23일 노동조합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 시행땐 파업 손실배상 발목
경영계 “세계 흐름 벗어난 입법”

한국에서는 거대 야당 주도로 정치권이 앞장서서 노동조합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마저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경제계는 이 법이 파업만능주의를 부추기고 경제를 망칠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여당도 치열하게 저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등 뒷짐을 지고 있는 형국이다.

국회는 지난달 24일 야당 단독으로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을 처리했다. 이후 30일간의 숙의 기간이 지나면, 6월 말 본회의에 ‘노조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의 건’이 자동 상정돼 표결이 이뤄진다. 가결되면 국회의장이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법안을 처리하게 된다.

노란봉투법은 배상의무자별로 손해배상책임을 따로 묻게 하고 있다. 손해배상 청구자가 배상의무자별 귀책사유와 기여도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법원은 청구를 기각할 수밖에 없다.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민법 제760조와 충돌한다. 경영계 관계자는 “미국도 공동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 전체에 대해 연대해서 채무를 지게 돼 있다”며 “노동권이 강한 프랑스조차 통설과 판례를 통해 공동불법행위자가 초래한 피해 전액에 대해 전부 의무를 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노조의 과도한 파업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무리한 요구에 대해선 선을 긋고 책임을 묻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전 세계 국가가 어떻게든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려고 애쓰는데 우리 정치권도 이를 심각하게 인식해 노란봉투법처럼 상식과 세계 흐름에서 벗어난 입법은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한국은 거대 야당이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해 불법파업을 합법화하고, 심지어 불법행위에 대해서까지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입법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파업만능주의를 부추기고 심각한 경제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조사팀장은 “노란봉투법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 위헌 소지가 크고, 법이 시행될 경우 노사관계는 그야말로 파탄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김만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