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이창용 총재와 대담 이창용(왼쪽부터) 한국은행 총재와 나라야나 코철러코타 미 로체스터대 교수,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가 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 별관에서 열린 ‘2023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한은 제공

■ 한은 주최 국제콘퍼런스

前 美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정부부채 축소로 미래수요 줄여”

인플레 원인, 공급망 차질 지목
팬데믹기간 기업경쟁완화 영향도

인플레이션을 근본적으로 잡기 위해서는 통화정책만으론 한계가 있고,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늘려온 국가 재정을 억제해야 한다는 제언이 전 미국 연방준비은행 총재로부터 나왔다.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늘린 정부 부채가 재정 악화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여파로 앞으로 10년간 재정 적자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를 지낸 나라야나 코철러코타 미 로체스터대 교수는 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 별관에서 열린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재정정책을 활용해야 한다며 이처럼 강조했다. 코철러코타 교수는 통화정책에만 의존해서는 물가를 잡을 수 없다고 봤다. 그는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면 가계의 이자수익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미래 수요를 자극하고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높아진 금리에 늘어난 이자수익이 미래 소비를 자극해 물가가 잡히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코철러코타 교수는 장기적으로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재정도 긴축적으로 운용해야 물가를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긴축 재정은 현재의 소비와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부 부채를 축소시켜 미래 수요를 줄이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미국 기준금리를 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2명의 위원 중 순환 보직으로 운용되는 4개 자리를 채우는 지역 연은 총재 중 하나다.

코철러코타 교수는 코로나19 기간 늘어난 유동성과 초과 수요보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 차질로 생산 비용이 상승하며 물가상승률이 높게 나타났다는 주장도 내놨다. 아울러 봉쇄 조치로 기업 간 경쟁이 완화되면서 미국 기업의 이윤이 코로나19 전보다 상승하면서 높은 가격이 유지됐다고 분석했다. 코철러코타 교수는 공급망 개선으로 생산비용을 줄이고 시장 경쟁 제고로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요국 정부가 코로나19발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취한 확장적 재정 정책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세션 발표자로 나선 조지 홀 브랜다이즈대 교수는 미 의회예산국(CBO)의 분석 결과, 미국 정부가 향후 10년간 재정 적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지출이 높은 수준을 보이는 반면, 세수 비중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레오나르도 멜로시 미국 시카고 연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원이 마련되지 않은 재정 지출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1960년대 이후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GDP 성장률을 분석한 결과, 미래 재정지출 조정을 담보된 재정충격은 인플레이션이나 생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반면 재원 없는 재정충격은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키고 실질금리를 하락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 바이든 행정부의 1호 법안인 미국구조계획법(American Rescue Plan Act)이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 회복 국면에서 시행된 대규모 재정부양책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