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 미국의 3대 핵전략무기 중 하나인 스텔스전략폭격기 B-2 스피릿. 미 공군 홈페이지 캡처

국무부 "실전배치 핵운반체는 662개" 공개도
"투명성, 책임 있는 핵 운영 약속 차원서 공개"




러시아가 핵군축 조약인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한 가운데 미국이 실전 배치 상태에 있는 핵탄두 수를 전격 공개했다. 러시아에 핵 전력의 투명한 운영을 압박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는 1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뉴스타트 참여 중단에도 투명성에 대한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협정이 제한하는 미국 전략무기의 총 숫자를 자발적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날 국무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3월 1일 기준으로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운반체, 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전략폭격기 등 3대 핵전략무기 총 662개를 배치했다. 또 이들 핵 운반체에 탑재된 핵탄두는 총 1419개였다. ICBM 발사대와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 전략폭격기는 배치된 것과 배치되지 않은 것을 포함해 총 800개였다.

지난 2011년에 발효된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배치한 ICBM과 SLBM, 전략폭격기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를 1550개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공개를 통해 뉴스타트의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내세운 셈이다. 양국은 협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상대국 핵시설을 사찰하고 1년에 두 번 각자 배치한 핵탄두와 운반체 숫자 등을 공유하게 돼 있지만 러시아는 지난 2월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 미국의 3대 핵전략무기에 속하는 ICBM 미니트맨3. 미 국방부 홈페이지 캡처

실제로 국무부는 이번에 A4 용지 2페이지 분량으로 자료를 공개하며, 러시아의 핵탄두 수 등의 현황에 대해서는 "제공 안됨(Not provided)"이라고 표기했다. 러시아가 현황 자료 공유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지적한 셈이다.

이에 국무부는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러시아의 뉴스타트 의무 위반에 대응하는 합법적인 대항책으로 미국은 업데이트한 3월 자료를 러시아에 제공하지 않았다"며 "투명성과 책임 있는 핵 운영에 대한 약속 차원에서 미국은 뉴스타트가 적용되는 핵전력에 대한 총 숫자를 자발적으로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러시아가 다시 뉴스타트를 완전히 준수하고, 안정을 위해 협정에 포함된 모든 투명성 확보와 검증 조치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