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계 갈등해법 제언

의료인 업무범위 · 절차 등 논란
“직역이기주의 지적 불식 필요”

의료계 갈등을 촉발시킨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정부가 중립적인 위원회를 만들어 간호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간호법 제정 과정에서 의료인 업무 범위를 정하는 절차가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각 직역 간 ‘제로섬 게임’이 아닌 ‘파이’를 키우는 공정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16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보건복지부 주도로 중립적인 위원회를 설치해 간호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의료계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위원회에서 10여 개 각 직역과 전문가, 일반 국민 대표자들이 함께 논의해 ‘직역 이기주의’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직역 업무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립적 위원회를 통해 간호법으로 분출된 의료계 갈등의 근원이 된 직역 간 업무 설정을 체계화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 교수는 “각 직역 간 업무 범위가 중복되는 부분은 과감하게 빅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각 직역들이 서로 업무 범위를 침범하지 않고 협력할 수 있도록 공정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급변한 의료 현장 여건을 반영해 직역 간 업무 범위를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의료 인력의 면허 독점권을 완화해 인력 간 업무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1960년대 초 의사 중심으로 단순한 구조로 만들어진 의료법이 최근 다양한 층위에서 확장된 의료 체계를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현행 의료법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 교수는 “최근 고령화 사회로 진입해 간호사 등 여러 직역의 업무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며 “의료법을 개정하든 별도로 법을 제정하든 간에 의료인력 간 유연성을 법체계가 담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각 직역 간 업무 영역을 ‘보건의료인력지원법’ 내에서 명확하고 투명하게 다시 규정해 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간호법이 폐기 수순을 밟으면서 간호계가 단체행동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의료 현장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일명 ‘의사면허 취소법’은 그대로 공포되면서 이를 반대해왔던 대한의사협회도 이날 오후 낮 12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오는 17일 총파업 여부를 결정한다. 복지부는 양측 집단행동으로 인해 의료공백이 현실화되면 의료법과 노동조합법 등에서 정하는 사항에 따라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