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역전문가들 조언

“강력한 새 변이 출현할수도”

정부가 코로나19 비상사태 종식을 선언하며 위기 단계를 내달부터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고위험군에 대한 대응 체계 유지를 강조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상황에서도 질병에 대한 부담과 위험은 여전한 만큼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위중증·사망자 수가 꾸준히 나오고 있고, 새로운 변이 출현 우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가 3년 이상 이어지며 유행이 줄어들고 사회·의료 체계가 적절하게 대응해와 정부가 비상사태 종식을 선언했다”며 “다만 그런 판단이 문제가 되지 않게 하려면 중환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방법으로 대응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의 비상사태 종식 판단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김 교수는 “주 평균 확진자 수가 3월 넷째 주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1만5000명 선으로 늘었고, 사망률 또한 0.1%에서 줄지 않고 있다”며 “인구 100만 명당 확진자 수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종식 판단은 이른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병상 유지 등 방역 체계와 관련된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백신 접종과 관련해 ‘의사 권고’란 단서를 붙이면서도 구체적인 기준은 마련하지 않았는데 이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며 “고위험군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방역을 낮출 경우 어린이·고령자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퍼져 사회 전체가 늪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엄 교수 또한 “평상시 체계로 전환할 경우 코로나19 유행을 병원 안에서 막아낼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비상사태가 끝나더라도 사회적으로 ‘아프면 쉴 권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격리가 권고로 바뀌더라도 독감처럼 강력한 권고가 돼서 아프면 쉴 권리를 실제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철순·인지현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