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주력 전차 챌린저2. 영국 육군 홈페이지 캡처

푸틴이 “핵 포함 무기 사용 시 러시아도
상응하는 대응” 경고했던 열화우라늄탄
이미 우크라이나군의 통제 하에 대기 중
러 “우라늄탄 사용 책임 피할 수 없을 것”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를 지원한 영국이 이 탱크에서 쓸 열화우라늄탄 수천 발도 이미 우크라이나에 같이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열화우라늄탄은 러시아 측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무기인 만큼 러시아가 재차 핵무기 위협 카드를 꺼내 들지 주목된다.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및 영미권 매체 등에 따르면 제임스 헤피 영국 국방장관은 지난 25일 의회에 출석해 “우크라이나에 챌린저2 탱크 포탄 수천 발을 이미 보냈다”며 “이 가운데에는 열화우라늄탄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헤피 장관은 “(열화우라늄탄을 포함한) 무기들은 이미 우크라이나군의 통제 하에 들어갔다”며 “우크라이나의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영국 국방부는 모니터링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영국 의회 측은 열화우라늄탄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방사능에 대해 영국 측이 처리해야 하는지 물었으나 헤피 장관은 “그럴 의무가 없다”며 대신 “우크라이나가 즉각적으로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에서 안전하게 헤쳐나올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헤피 장관이 열화우라늄탄 사용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과 방사능 처리 문제에 관해 이같이 언급한 것은 러시아와의 교전에서 우크라이나가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하더라도 그에 관한 문제나 책임은 영국이 지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주영 러시아 대사관은 열화우라늄탄 지원에 대해 “영국은 우크라이나 군대에 공급한 열화우라늄탄 사용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은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자국 주력 전차 챌린저2 탱크와 함께 열화우라늄탄 지원도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러시아 측은 ‘핵무기 전쟁 확산’이라고 반발하는 동시에 영국 등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가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영국의 결정 후 지난달 21일 “서방 집단이 핵을 포함한 무기를 사용한다면 러시아는 그에 상응하는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도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서방의 열화우라늄탄 제공이 핵 재앙을 앞당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열화우라늄탄은 우라늄을 농축하는 과정에 발생한 열화(劣化)된 우라늄을 탄두로 해서 만든 전차용 포탄이다. 철갑탄에 비해 관통력이 훨씬 높아 적의 탱크나 장갑차 등의 장갑을 파괴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과거 걸프전과 유고슬라비아에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열화우라늄은 방사능은 비교적 약하지만, 매우 무거운 중금속이므로 화학적 독성이 강하다. 토양이나 지하수를 오염시킬 우려도 있다. 이에 영국의 열화우라늄탄 지원 결정이 나왔을 당시 이고르 키릴로프 러시아군 화생방전 방어사령관은 “우크라이나에서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하면 우크라이나 주민 다수와 농업 부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 역시 이런 종류의 탄약 사용이 군인과 민간인, 토양에 미치는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오직 나토만이 이들 탄약을 환경 영향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해외 분쟁 지역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