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해의 해금강으로 불리는 인천 옹진군 백령도 두무진의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어우러져 신비로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옹진군청 제공

■ 인천시, 유네스코 인증 착수

2026년 승인목표, 내년 의향서
2025년 가치평가 · 실사 등 대비
백령공항 조기 개항 추진키로

두무진 · 서풍받이 등 절경 이뤄
지구 최초의 생물화석도 발견
11번째로 국가지질공원 지정

인천 =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인천시가 서해 최북단 옹진군 백령·대청도를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하기 위한 대장정에 나섰다. 세계지질공원은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명소와 경관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엔의 전문기구인 유네스코가 인증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지구촌 46개국, 177곳이 인증을 받았다. 국내 11번째 국가지질공원인 백령·대청도는 한반도 생성의 비밀과 동아시아 지각의 진화 과정을 밝힐 수 있는 단서를 품고 있어 학계도 주목하고 있다. 인천시는 올 상반기 환경부에 세계지질공원 후보지 선정을 위한 신청서를 접수하고 이르면 내년 유네스코에 정식으로 의향서를 낼 계획이다. 이어 2025년 국제지질과학연맹(IUGS)과 유네스코 평가단으로부터 가치평가와 현장실사를 받을 예정이다. 유네스코 이사회 심의를 거쳐 2026년 최종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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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과학의 보고 = 인천에서 뱃길로 4시간 거리에 있는 백령·대청도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따라 나란히 위치했다. 두 섬을 포함한 이곳 국가지질공원 넓이만 66.86㎢로 국내 8번째로 큰 섬 울릉도와 견줄 만하다. 8억∼10억 년 전 생성된 지질퇴적층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2019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위한 최소 자격을 획득한 셈이다.

특히 서해의 해금강이라 불리는 백령도 두무진은 10억 년 전 퇴적된 사암층이 단단한 규암으로 변화하면서 생긴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주변 콩돌해안은 두무진과 같은 규암이 둥근 콩 모양으로 잘게 부스러져 코발트 빛 바다와 어우러지며 이국적 풍광을 연출한다. 또 모래가 쌓여 생성된 대청도 서풍받이는 해발고도 80m에 이르는 수직 절벽으로 서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편서풍을 그대로 맞으며 8억 년 넘게 식생을 허락하지 않았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은 환경 탓에 지층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 외에도 백령도 용트림바위와 진촌리 현무암, 사곶해변, 그리고 대청도 나이테바위와 해안사구 검은낭 등 학계가 인정한 지질 명소만 10곳에 달한다. 지구 최초의 생명체 화석인 스트로마톨라이트가 국내에서 발견된 것도 이곳 백령·대청도가 처음이다.

◇유네스코 인증 =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기 위한 유네스코 심사는 국가별로 매년 2개소 이하로 제한된다. 최종 등재까지 최소 4∼5년의 기간이 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천시는 올해 국가지질공원위원회 심사를 통과해 세계지질공원 후보지 신청 자격을 갖추고, 내년 8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2024 세계지질과학총회(IGC)에서 백령·대청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이미 학계의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의향서 작성과 기반시설 구축, 관련 프로그램 등을 단계별로 이행하면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최종 승인까지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계도 대청·백령도의 자연경관과 지질학적 가치는 이미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제주와 청송, 무등산권 등 3곳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다만 도서 지역이란 특성상 접근성이 실사단 평가에서 감점요인이 될 수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예비타당성 검토를 통과한 백령공항을 2년 앞당겨 준공해 2027년 개항할 계획이다. 실사단도 공항이 건설되는 만큼 접근성을 문제 삼지 않으리라고 낙관한다. 또 북한과 맞닿은 접경지역이란 것도 쟁점이 될 수 있다. 북한이 이견을 보일 경우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는 오히려 이런 배경이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올 수 있어 인증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여기에 백령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처음 추진하는 ‘K-관광섬’ 육성 사업에도 선정돼 앞으로 4년간 관광인프라 구축에 약 100억 원의 국비가 지원된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군사적 요충지로 외부와 고립됐던 백령·대청도를 누구나 찾고 싶은 매력적인 섬으로 조성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