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양간지풍’ 동해안 최대 피해
기후변화 영향 대형 재난으로

대전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최근 봄철 산불이 빈번해지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3월 말 현재까지 산불 발생 건수는 376건으로 최근 11년 동안 최고치일 정도로 산불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11일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봄철 강풍과 함께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형적 영향으로 ‘양간지풍’이라고 불리는 고강도 바람이 몰아치는 동해안이 최대 ‘화약고’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달 역대 가장 더운 3월로 기록될 정도로 이상고온 현상과 함께 수년간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봄철 축제 등이 일제히 재개되면서 산지 등에 입산객이 몰려 산불 위험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지난 2일 발생해 4일 진화된 홍성, 대전, 당진, 보령 등 충청권 4곳의 동시다발 산불의 경우 피해가 예상되는 ‘산불영향구역’은 축구장(0.714㏊)의 3200배가 넘는 2344㏊에 달했다. 충청권 외에도 전남 함평·순천, 경북 영주 등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전국 53건의 산불로 축구장 4329개 크기인 총 3091㏊의 산림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이 1986년 산불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단 기간 내 가장 많은 5건의 대형산불(100㏊ 이상)이 발생한 셈이다.

산불 발생은 최근 수년 사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 들어 3개월 동안 발생한 산불 건수는 이미 지난해 발생 건수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에서 산불 740건이 발생해 전년(349건)의 2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산불 규모도 대형화하고 있다. 100㏊ 이상 대형산불의 경우 10년 평균 1.4건에서 2021년 2건, 2022년 11건으로 급증했다. 2018년 산불 피해 면적은 894㏊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2만4782㏊가 잿더미로 변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기후위기 변화의 영향으로 산불이 급증하고 있고, 계절을 가리지 않고 연중화·대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