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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박동미 기자의 두근두근 정주행

40代 비혼녀의 ‘뚝심있는 혼삶’… 루저 ‘마케이누’에서 ‘당당한 솔로’로

박동미 기자
박동미 기자
  • 입력 2023-04-11 09:27
  • 수정 2023-04-1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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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주인공 사오토메 메구미(에구치 노리코·江口のりこ)는 혼자 놀이동산에 가고, 호텔의 넓은 욕조를 독차지한다. ‘혼술’도 일상 이다.



■ 박동미 기자의 두근두근 정주행 - 일본 드라마 ‘솔로 활동 여자의 추천’

40대 비혼 직장여성 메구미
가족·연인 많은 동물원 등서
편견 이겨내고 ‘혼삶’ 즐기기

풀코스 만찬·열기구 타기…
무궁무진한 솔로활동 보여줘

‘21세기 개인’ 섬세하게 포착
일드의 저력 새삼 느끼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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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에선 ‘슬램덩크’나 ‘스즈메의 문단속’과 같은 애니메이션이 흥행하고 있지만, 일본 드라마(일드)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못한 정도가 아니라, 점점 더 소수 마니아들만의 장르가 되어간다.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날로 기세등등해지는 한국 드라마와 비교하면 더욱 그러한데, 젠더 감수성 부족 등 더딘 변화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일드를 보는 이유는 일드만의 개성과 특징 때문이다. 다양하게 분화하는 21세기 ‘개인’을 포착하고 섬세하게 그려내는 능력. 이것이 일드의 ‘저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최근 본 ‘솔로 활동 여자의 추천’이 딱 그랬다. 주인공은 40대 비혼 여성. 혼자 먹고, 마시고, 보고, 여행한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충분히‘혼자’ 즐긴다. 한국도 1인 가구가 이미 전체의 33%를 넘었다고 하는데, 왜 한국 드라마는 대부분 가족과 젊은 연인 중심일까. 아쉬워하던 차에 발견한 평범하고 귀한 ‘요즘 여자’의 이야기. 정주행 안 할 수 있나.

‘솔로 활동’은 일본어로 ‘소로카쓰’(ソロ活)다. 끝에 ‘∼활(活)’을 붙여 만드는 신조어 중 하나로,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하거나 이성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는 것은 ‘콘카쓰’(婚活), 최애 아이돌을 열심히 응원하는 걸 ‘오시카쓰’(推し活)라 하듯, 솔로인 사람이 좋아하는 걸 혼자 즐기는 것을 ‘소로카쓰’라 한다. 또, 솔로 활동을 하는 여성들을 ‘소로카쓰조시’(ソロ活女子) 즉, ‘솔로 활동 여자’라고 부르는 것.

바로 이 ‘솔로 활동 여자’ 사오토메 메구미가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매 화마다 그의 새로운 솔로 활동이 소개된다. 40대 솔로 여성 직장인은 여가에 뭘 할까. 그 일상은 뭐가 다를까. 일단, 메구미는 ‘이런 걸’ 한다. 숯불고깃집에서 좋아하는 부위 실컷 먹기, 드레스 갖춰 입고 리무진 타고 도쿄타워 가기, 동물원에 가서 좋아하는 동물 한참 보기, 풀코스 프랑스식 저녁 즐기기, 회전 테이블이 있는 중국 식당에서 다양한 메뉴 맛보기, 열기구를 타고 바람이 되어 보기, 놀이동산에서 무서운 기구 타기, 초밥집에서 한 가지만 10접시 먹기, 볼링을 치고, 볼더링 하고, 헬리콥터 타고, 카약 타고, 캠프장에서 야외 바비큐 해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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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해봤거나, 해보고 싶은 것들. 메구미에게도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이 모든 평범한 것들을 ‘혼자’하는 사람을 세상은 평범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드라마가 탄생한 근원에는 메구미 같은 사람이 많다는 사실과 함께 여전히 평범하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게 뭐 이상한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먹고 싶은 걸 먹고, 가고 싶은 곳에 가는 일은 가족과 함께할 수도, 연인과 할 수도, 또 혼자 할 수도 있는 법이다. 모두 나름의 의미가 있고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 그게 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한 무리의 남성들이 “다같이 먹으니 맛있네!”라며 왁자지껄한 고깃집에서, 한 연인이 ‘클리어’를 하듯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동물원에서, 가족들이 도란도란 사이좋은 캠프장에서, 언제나 ‘혼자’인 메구미는 주변을 둘러보며 종종 이렇게 말한다. “그건 그거대로 괜찮겠지요.”

자신과 ‘다른’ 이들을 부러움이나 부정이 아닌 ‘존중’의 눈으로 바라보는 메구미는, 그런 만큼 자신의 ‘혼삶’ 또한 인정받고 싶다. “두 분부터 모십니다”라거나 “2인분 이상 필수”인 커플 중심 세계에서 기어코 ‘솔로 활동’을 해내고, “아, 내일은 또 뭘 할까나”하고 설레면서도 조금은 성가신 고민을 계속하는 건 ‘1인분’인 자신과 자신이 믿는 삶의 방식을 세상이 그대로 받아들여 주기 원하는 바람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그동안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일본식 ‘구루메’ 드라마, 예컨대 ‘고독한 미식가’ ‘와카코와 술’ ‘심야 식당’ 등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혼술이 취미인 젊은 여성(와카코와 술)이나, 미식가 중년 남성(고독한 미식가)과 달리, 여전히 일반적으로 결혼을 하고 아이도 있을 것이라 여겨지는 40대 여성 메구미의 ‘혼삶’엔 매번 넘어야 할 장벽과 이겨내야 할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솔로 활동 전에 “자, 오늘도 내 삶의 주연이 되어보자!”고 기합을 넣어야 하고, 활동이 종료되면 “또 하나 큰 벽을 넘은 기분이 든다”고 읊조리게 되는 것이다.

2021년 시즌1(12화)과 2022년 시즌2(8화)를 통해 메구미는 무궁무진한 ‘솔로 활동’을 보여줬고 ‘나는 나대로 당신은 당신대로’ 잘살고 있다고 반복해 말해왔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그래도 혼자는 외롭지”나 “나라마다 저출산 고심인데 팔자 좋군”이라며 오지랖을 부리는 시대착오적 비난을 할 수도 있겠다. 메구미의 즐거운 하루하루와 흥미로운 솔로 활동이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평범한 일상’이 될 수 없는 이유다. 회당 25분 남짓. 엄청난 서사나 반전도 없어 “생각 없이 후딱 볼 수 있다”는 평이 많지만, 사실은 ‘생각할 거리가 많은’ ‘생각이 많아지는’ 드라마인 셈이다. 물론, 고정관념과 편견의 틀을 깨려는 의지가 강했던 시즌1에 비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듯한 시즌2는 마치 도쿄 관광 활성화, 내수 진작용 홍보물처럼 되어버린 경향이 있어 점점 큰 생각을 안 하게 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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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소로카쓰’ 자체는 단체 활동이나 대면 만남이 어려워진 코로나19 시대의 산물로 여겨진다. 그러나 ‘솔로 활동 여성’의 탄생은 단순히 물리적 단절이 가져온 현상으로 보기만은 어렵다. 얼마 전 일본 아사히 신문은 과거 유행한 신조어 ‘마케이누’(負け犬·싸움에 진 개)를 내세워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한 ‘마케이누의 눈물’(2003) 출간 20주년을 맞아 저자인 사카이 준코(酒井順子) 작가를 인터뷰했다. 일본 사회는 20여 년 전만 해도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은 채 직장에 다니는 30대 이상 여성을 ‘패배자’ ‘루저’라는 뜻의 ‘마케이누’라 불렀다. 그런 측면에서 40대가 되었어도 결혼도 출산도 없이 직장에 다니는 메구미를 드라마 주인공으로 볼 수 있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와 ‘네 아직 혼자입니다’ 등 줄곧 ‘혼삶’을 설파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사카이 준코의 책은 당시 일본 20∼30대 여성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고, ‘마케이누’ 선배들을 보며 취업을 하고 회사를 다닌 그들은 이제 당당하고 평범하게 ‘솔로 활동’을 하는 40대 비혼이 돼 돌아왔다. “고기도 혼자 먹으면 맛없지”라는 고정관념에 “그럴 리 없잖아!”라고 외치며 드라마를 시작하는 메구미가 바로 그들인 셈이다.

국내에선 최근 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의 책 ‘에이징 솔로’가 화제다. 2030의 라이프스타일이나 노년 대책에 집중한 나머지 ‘1인 가구’ 논의나 정책에서 늘 배제되곤 하는, 존재하나 존재감이 없었던 4050 중년 비혼 여성들의 삶을 탐구한 책은 이웃 나라에서 ‘마케이누 20년’을 조망하는 흐름, 그리고 40대 비혼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3년째 호응을 얻고 있는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시즌3를 알리는 드라마 포스터.



‘솔로 활동 여자의 추천’이 다양한 ‘1인 가구’에 대한 담론까지 이끌어내진 못한다. 매번 솔로 활동을 하며 배우고, 깨닫고, 성찰하는 메구미가 개인의 일상을 사회적 차원으로 끌고가지는 않아서다. 그러나 드라마는 갑자기 애인이 생겨 솔로 활동을 데이트로 만들지도 않고 복잡한 관계 설정으로 반전을 꾀하지도 않는다. 그저 덤덤하고 뚝심 있게 ‘솔로 활동’을 지속하는 비혼 여성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40대 솔로 여성들의 존재를 부각시켰으니 그 역할은 충분하다. 그리고 얼마 전 현지에서 방영을 시작한 시즌3를 기대하게 한다. ‘아, 이런 게 있었어?’하고 무의식중에 검색하게 만드는 도쿄의 다양한 풍경과 프로그램은 덤이다. 그러고 보니 ‘솔로 활동 여자의 추천’을 보는 것도, 괜찮은 ‘솔로 활동’으로 추천하는 바다. 웨이브에서 시즌1·2를 모두 볼 수 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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