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경북 포항시 이동초등학교 학생들이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 역할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

■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 포항 이동초 송현주 교사

별명 불리면 서로 자리 바꾸기
‘포크댄스’ ‘동물농장’ 놀이 등
창의성 자극하고 친밀도 올려

“아이들에게 놀이는 호흡 같아
잘놀아야 자신감 오르고 건강”

3월 신학기. 새로운 친구들이 가득한 교실은 설레면서도 낯설다. 아직 이름도 모르는 친구들과 이름은 알아도 인사 한 번 나눠보지 않은 친구들 사이에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경북 포항시 이동초등학교 송현주 교사는 쭈뼛거리는 학생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지금부터 ‘과일샐러드 놀이’ 시작이다!”

포도, 사과, 딸기, 바나나 등 좋아하는 과일 이름을 고른 학생들은 자리를 잡고 앉는다. 술래는 원 가운데 서서 좋아하는 과일 이름을 부른다. “딸기, 포도 자리 바꿔.” 딸기와 포도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수줍게 일어난다. 그리고 서로 자리를 바꾼다.

“바나나, 배 자리 바꿔. ” 바나나와 배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일어난다. 조금 긴장이 풀린 듯하다. 과일 이름이 익숙해질 때 즈음, 술래가 말한다. “샐러드 자리 바꿔.” 화들짝 놀란 아이들. 모두 한데 일어나 자리를 바꾸겠다고 야단법석이다.

우당탕탕탕. 시끌벅적해진 교실에 깔깔거리는 소리가 가득하다. 송 교사는 “과일샐러드 놀이는 신학기에 하기 딱 좋은 놀이”라며 “서로 과일 이름을 부르고 자리를 바꿔야 하니, 알게 모르게 서로를 자세히 관찰하게 되고, 서로를 익혀간다”고 말했다. 이어 “같이 한바탕 놀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섞이면서 친밀해진다”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학교건물 앞 마당에서 ‘오리거위’ 놀이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는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송 교사는 학생들과 다양한 놀이를 한다. ‘동물농장’ ‘포크댄스’ ‘신뢰놀이’ ‘방 만들기’ ‘당신은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 ‘오리거위’ ‘하늘 땅’…. 놀이의 가짓수는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많다. 일례로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자주 하는 ‘오리거위’ 놀이는 수건돌리기와 비슷한 놀이다. 수건 대신에 술래가 어깨를 가볍게 터치하면서 “오리, 오리, 오리…”라고 하다가 “거위”라고 하면서 도망을 가고, 거위가 된 친구는 술래를 잡으러 간다. 물론 ‘오리거위’ 대신에 누구나 창의적으로 다른 낱말을 사용할 수도 있다. “하늘, 하늘, 하늘…” “땅” 이렇게 하면 ‘하늘땅’ 놀이가 된다. 가볍게 타인의 오른쪽 어깨를 터치함으로써 아이들의 행동조절에 도움이 되고, 다른 낱말을 자유롭게 사용하여 창의성을 자극한다. 단순한 놀이지만 놀이의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송 교사가 놀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학생들과 많은 놀이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아이들에게 놀이는 호흡이며 생명과 같아서 잘 놀아야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고 말한다. 놀이 공간이 부족해진 요즘 아이들에게 또래 관계는 더욱 중요한데,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려면 놀이만큼 좋은 게 없다는 게 송 교사의 지론이다. 놀이 속에서 관계를 배우고, 친구의 소중함을 배우고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누구나 놀이에서는 주인공이 되는데, 공동체의 소중한 일원이 되어 안정감을 느끼며 자기표현을 잘하게 되면 자신감도 생겨난다는 것이다.

놀이를 통해 갈등상황도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 갈등이 생겼을 때 ‘역할놀이’를 한다고 해보자. 갈등의 당사자가 역할놀이의 주인공이 돼 역할극을 하고, 다른 친구들은 관객이 돼 지켜본다. 관객이 주인공이 돼 보기도 한다. 이때 갈등의 당사자는 역할극을 보면서 느낀다. 교사는 역할극 중간중간에 그 순간의 느낌이나 생각을 물어본다. 관객인 친구들의 느낌과 생각도 물어본다. 이러한 놀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서로를 이해하면서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닫게 되고, 스스로 고쳐나가는 힘을 가지게 된다.

놀이가 이루어지는 교실은 매우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간이 된다. 놀이활동을 통한 건강한 몸과 마음은 일반 교과수업까지 이어지면서 생동감 있는 교실이 된다. 교사와 학생, 모두 행복한 교실이다.

“선생님 함께 놀아주셔서 감사해요.” “또 나가서 놀아요.” “선생님이랑 놀이할 때 제일 재밌었어요.” 복도에서, 급식실에서 마주치는 송 교사의 제자들은 송 교사를 즐겁고, 기쁘고, 따뜻한 놀이로 기억한다. 그는 학생들과 놀이로 연결돼 있고, 놀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